교육평론가 이범 "수능 중심 상산고 기숙학원과 다르지 않아"

교육평론가 이범 "수능 중심 상산고 기숙학원과 다르지 않아"

"자사고 평가, 교육감 고유 권한...교육 철학 따라 기준점 다를 수 있어"

■ 방송 : 전북CBS 라디오 <사람과 사람=""> FM 103.7 (17:05~18:00)
■ 진행 : 박민 참여미디어연구소장
■ 대담 : 이범 교육평론가

- 박근혜정부 때 교육청 평가 미달 자사고 2곳 교육청이 구제
- 평가 점수 상향 "교육감 권한으로 자사고 폐지 나서겠다는 것"
- 전북만 80점 형평성 문제 "법리 따져보면 합리적 주장 아냐"
- "'학생선발권' 특권 가진 상산고, 자사고 설립 취지 의무 다했는지 의문"
- "상산고 학교 운영, 한국교육 지향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 이전부터 있어"

 

오늘 낮 국회에선 도내 국회의원들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성명을 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주 상산고등학교 문제 때문인데. 해당 학교가 전라북도의 교육 자산이라는 주장과 함께 평가 기준을 상향 조정한 도교육청에 대해선 독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과연 정치권이 나서서 성명까지 낼만한 일이었을까요. 상산고 평가 기준 논란! 그 핵심은 무엇이고 전라북도 나아가 한국 사회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이범 교육평론가 연결합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세요.

◆ 이범> 네, 안녕하세요.

◇ 박민> 최근 전주 상산고등학교 관련 소식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일단 자율형 사립고 평가 방식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지역이 전라북도뿐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이범> 지금 전국에 자사고가 40여 개 있는데요.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은 경기도 안산에 있는 동산고와 전북 전주에 있는 상산고입니다. 동산고의 경우에도 경기도 교육청이 지정 취소를 할 거라는 소문이 있고요. 그래서 재지정 심사를 까다롭게 할 것처럼 보이자 학부모들이 단식 농성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상산고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 박민> 사실 평가는 도교육청이 하는 거지만 최종 승인은 교육부가 결정하잖아요. 그런데 평가 기준 때문에 첨예한 대립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 이범> 특목고와 자사고는 5년에 한 번씩 재지정을 하게 돼있습니다. 재지정 심사는 교육청이 하고요. 그런데 심사에서 탈락 점수를 받았다고 해도 교육부가 그 평가 결과를 반려할 수 있습니다. 여태까지 그런 경우가 2번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동산고가 2014년에 재지정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교육부가 그 결과를 반려했습니다. 계속 자사고로 운영할 수 있게 해준 거고요. 서울외고가 2015년에 역시 재지정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는데 교육청이 반려했었죠. 그런데 이때는 모두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잖아요. 상대적으로 자사고와 특목고에 대해서 우호적인 정부였고요. 그래서 탈락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걸 반려했는데요. 문재인 정부는 상대적으로 자사고와 특목고를 줄이는 정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청에서 자사고 재지정 탈락 결과가 나오면 교육부가 그것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거죠. 결국 교육청의 심사가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겁니다.

◇ 박민> 그런데 실제로 평가 기준에 미달해서 문을 닫은 사례가 있습니까?

◆ 이범> 12군데가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청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서 문을 닫은 경우는 없습니다. 동산고나 서울외고의 경우에도 기준 점수에 미달했지만 교육청이 아닌 교육부의 권한으로 다시 운영할 수 있게 해준 경우였고요. 결국 일반고로 전환된 12곳의 고등학교는 대개 학생 모집에 실패해서 재정적 어려움에 빠지게 돼 스스로 자사고 지위를 반려한 겁니다. 광주의 경우에는 학생 선발 방식과 관련해서 교육청과 마찰을 벌이다가 자사고 지위를 반납한 학교가 있습니다.

◇ 박민> 광주는 어떤 내용입니까?

◆ 이범> 자사고가 제일 많은 곳은 서울인데요. 서울은 하나고등학교 1개를 제외하면 고등학교가 거의 선발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추천을 하거나 면접을 좀 약하게 하는 이 정도의 선발과정을 거치도록 했는데요. 2012년, 2014, 2017년 광주의 3개 자사고에서 면접을 좀 강화해달라는 요청이 있고요. 면접을 강화해서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은 학생을 뽑을 수 있으면 그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 실적을 더 많이 내줄 것이고요. 그러면 향후 그 고등학교에 학생들이 더 많이 지원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겠죠. 이걸 고려해서 학교 측은 면접 등 선발과정을 강화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 건데 광주교육청이 받아들이지 않은 거죠. 서울처럼 순순하게 추천을 하라고 했고요. 그 마찰 끝에 자사고 지위를 반납한 겁니다.

◇ 박민> 교육부의 가이드라인도 그렇고요. 대부분의 지역이 평가 기준을 상향 조정했어요. 60점에서 70점으로. 전북은 이보다 10점 높은 80점을 제시했고요. 그런데 이렇게 평가 점수를 높인 이유가 자사고를 폐지하기 위한 수순에 있을까요?

◆ 이범> 자사고 폐지가 현 정부의 교육 공약이었던 건 맞는데요. 자사고를 폐지를 위한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시행령, 즉 대통령령을 고쳐서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시키는 방법이 있고요. 두 번째는 시도교육청 별로 자율권을 가지고 있는 자사고 재지정 심사를 통해서 일반고로 전환시키는 방법이 있는데요. 현 정부는 전자의 방법, 시행령을 통해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법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입니다. 결국 교육감의 권한으로 넘어간 거죠. 그런데 아시겠지만, 진보교육감들이 자사고에 대해서 폐지하겠다는 식으로 공약을 많이 내걸지 않았습니까. 당연히 이전에 비해서 조금 더 까다롭게 재지정 심사 기준 점수를 높이는 식으로 정책을 펴는 거죠. 정부의 권한과는 별도로 교육감의 권한으로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움직임. 이걸 기준 점수를 높이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 박민> 다소 우회적인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인데요. 전라북도의 경우를 살펴보죠. 다른 지역은 70점인데 여기는 80점이잖아요.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반발이 큽니다. 이건 어떻게 보세요?

◆ 이범> 교육감들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요. 굳이 딴 지역과 비교해서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하는 건 나름대로 근거는 있을 수 있지만, 교육감의 권한에 대한 법률적인, 표준적인 해석을 따라서 본다면 그렇게 합리적인 주장은 아닌 거로 봅니다. 만약 어떤 교육감이 우리 지역의 자사고는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심사하겠다는 철학이 있다면, 당연히 심사 기준을 높일 거고요. 그게 아닌 교육감은 기준 점수를 낮추겠죠. 김승환 교육감은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인 거 같고요. 그래서 점수를 높인 건데. 일반 여론은 좀 봐주는 게 좋지 않냐. 이런 여론이 있을 수 있지만, 또 법치의 기준과 원칙을 생각해보면 이건 교육감의 권한이기 때문에 뭐라고 쉽게 어느 쪽 편을 들기는 어려운 상황인 거죠.

◇ 박민> 사실 이런 의견도 있어요. 그나마 낙후된 전북에서 상산고가 자존심을 세우는 역할을 했다. 왜 멀쩡한 학교를 없애려 하느냐. 지역 인재는 어떻게 키울 거냐.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 이범> 전국적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전국 자사고가 10개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상산고인데요. 낙후된 지역에서 그나마 명문대를 진학하는 학교라는 식의 표현을 하셨는데. 저는 전북이 그렇게 낙후된 지역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전주에서 중학교 3학년 1학기까지 학교를 다녔거든요. 전주에 친구들도 많고요. 내려갈 때마다 이야기도 많이 듣는데요. 아직 전북 지역은 상대적으로 교육열도 높고요. 진학 실적도 그렇게 낮은 지역은 아닙니다. 그런데 자사고는 다른 일반고들과 달리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러면 이런 특권적인 학생 선발 권한을 가지는 대신해서요. 자사고가 나름대로 학교 운영에 있어서 다른 학교의 모범이 되거나 교육 과정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요. 자사고 중에 극단적인 대비 사례가 서울의 하나고와 전주의 상산고입니다. 서울의 하나고는 교육 과정의 특성화가 굉장히 잘 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이 대부분의 과목을 수강 신청해서 이수 여부를 고르고요. 심지어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개설해달라고 하면 그 과목을 개설해줍니다. 그런데 상산고는 하나고와 다르게 상대적으로 수능 문제를 많이 풀어줍니다. 그래서 대학도 수능으로 많이 진학시키는 학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자사고가 실질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특권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그에 상응하는 교육 과정의 다양화나 귀감이 될 만한 학교 운영 등 이런 면에서 상산고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해석이 있을 수 있죠.

◇ 박민> 원래 자사고가 설립된 취지가 이런 건 아니었잖아요?

◆ 이범> 그렇죠. 다양한 교육을 위해서 학교 만족도를 높인다는 게 자사고의 인가 취지였습니다. 정부가 자사고를 처음 인가한 건 김대중 정부 말기였고요. 그때 상산고를 포함해서 전국적으로 6곳을 인가했고요. 이명박 정부 때 급속히 확대됐습니다. 이때 정부가 표방한 자사고 인가의 취지를 보면요. 일반 학교와는 다르게 다양한 교육을 펼치는 학교가 되라, 이런 게 핵심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하나고와 상산고를 대비해서 말씀드리기는 했는데요. 다른 학교와 비교해서 남다른 교육과정은 보이지 않고 수능 문제를 열심히 풀어줘서 주로 수능으로 대학에 가는 학교로 자리매김한다면 그 학교는 기숙학원이라든지 명문 재수학원이라든지 이런 데와 크게 다를 수 없지 않냐. 이런 비판이 나올 수 있고요.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입니다.

◇ 박민> 사실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국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가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자사고를 모든 적폐의 근원, 악의 축으로 보는 건 또 다른 편향일 수 있지 않느냐. 자사고를 자사고답게 만드는 방안은 없을까요?

◆ 이범>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압니다. 문재인 정부 첫해에 고리 원자력 발전소 5, 6호를 계속 지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공론화를 했는데요. 예상과 다르게 계속 짓는 쪽으로 결론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결국 평가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건데요. 만약 재지정 심사에서 상산고가 탈락한다면 근본적인 원인은 여기에 있겠죠.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특권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그에 상응하는 교육과정의 다양화, 귀감이 될 만한 학교 운영에 소홀한 것이 원인이라고 봐야겠죠. 자사고가 무슨 도덕적으로 나쁜 짓을 하거나, 심지어 그 학교 학생들이 잘못해서 재지정 심사에 탈락한 거라고 보면 안 된다고 봅니다. 물론 학생이나 학부모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거고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또는 김승환 교육감이 표방하고 있는 교육 철학하고 비교했을 때 학교 운영 방식에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다는 인식은 과거부터 있었고요. 그런 것이 조정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저도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 박민> 자사고 논란. 지역 안에서 뜨거운 감자인데요. 오늘은 좀 근본적인 문제들을 짚어봤습니다. 이범 교육평론가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범>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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