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심부름만 했다'던 전북도의장, 법정서는 "뇌물은 아냐"

'돈 심부름만 했다'던 전북도의장, 법정서는 "뇌물은 아냐"

"봉투에 두 번 말린 5만원권 한 뭉치"
→775만원 상당 원화·유로화로
"여행사서 받은 돈, 그대로 넘겨줬다"
→"돈은 받았지만 뇌물은 아니다"

뇌물수수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송성환 전북도의장이 16일 전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송성환 전북도의장(49)이 경찰·검찰 수사에 이어 16일 첫 재판에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송 의장은 일관되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앞서 경찰 조사 직후 해명과 이날 법정에서의 해명은 미묘하게 달랐다.

지난해 9월 6일 오후 5시 40분쯤, 송 의장은 전북지방경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4시간 30여분 가량 조사를 받고 나온 뒤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송 의장은 "(연수지역인 동유럽)현지에서 여행사가 써야 할 경비를 직원(전북도의회 사무처 소속)을 통해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걸 가지고 그대로 현지에 도착해서 가이드에게 전해줬다"며 "세어보지는 않았는데, 봉투에 두 번 정도 말려 있어서 보기는 했다. 5만원짜리 묶은 한다발이어서 500만원이지 않을까 생각은 했다"고 덧붙였다.

돈 심부름만 했을 뿐 돈을 직접 받아 챙기지도, 뇌물을 받지도 않았다는 취지다.

당시 한 취재기자가 '5만원 한 뭉치를 현지 가이드에게 직접 줬느냐'고 묻자 송 의장은 재차 "도착해서 짐 싣고 버스 타지 않나, 그 버스 안에서 전달해줬다"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5만원권 한 뭉치' 라거나, '돈 심부름'이라는 주장은 이후 다시 들을 수 없게 됐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사실 관계 자체가 상당 부분 뒤집히면서다.

지난해 9월 6일 4시간 30여분에 걸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선 송성환 전북도의장. (사진=김민성 기자)

 

경·검을 합쳐 수사 착수 약 6개월 만인 지난 4월, 검찰은 송 의장을 뇌물수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그가 고등학교 선배인 여행사대표 A씨로부터 650만 원의 현금과 1000유로 등 총 775만 원 상당의 뇌물을 챙긴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송 의장 측 역시 이날 재판에서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대신 "여행사 대표 A씨에게 받은 650만원은 1인당 여행경비 50만원씩을 할인 받은 것으로 뇌물이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돈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뒤늦게 인정했지만, 돈의 성격이 뇌물은 아니었다며 2차 방어에 나선 셈이다.

송 의장 측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수사보고서와 진술조서 등을 상당부분 부동의하거나 부인해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진실공방을 예고했다.

송 의장은 법정을 나와 취재진에게 "저는 뇌물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오는 9월 10일 오후 4시 30분에 열릴 다음 재판에서는 피고인 측 증인이 출석할 예정이다.

추천기사

스페셜 그룹

전북 많이본 뉴스

중앙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