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원 치매환자 비리 의혹에 경찰 수사 '면죄부(?)'

보건의료원 치매환자 비리 의혹에 경찰 수사 '면죄부(?)'

전북 임실경찰서, 4개월간 조사 뒤 ‘혐의없음’ 내사종결 방침
환자 “약 못 받아”, 보건의료원 “죄송”...경찰은 “문제점 없어"

경찰 로고. (자료사진)

 

특혜성 약품 구입과 치매환자 지원물품 횡령 의혹 등이 제기된 한전북지역 한 보건의료원에 대해 4개월에 걸쳐 조사를 진행한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수상한 계약'을 통한 특혜성 약품구입 의혹과 약품 지급을 둘러싼 횡령 의혹 등에 대해 모두 '혐의없음'으로 마무리함에 따라 경찰 수사가 사실상 '면죄부'만 안겨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치매국가책임제'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9월 전북 임실군 보건의료원은 4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6개월분 치매 영양제 3200개를 구입했다.

500여 명에게 매달 1개씩 지급되는 치매환자용 영양제는 물론 파스나 수건 등 보조물품이 아예 지급되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하는 등 횡령의혹이 불거졌다.

또 하루 2정이나 3정을 복용하게 돼 있는 영양제를 하루 1정만 복용토록 하는 수법으로 영양제가 빼돌려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9. 7. 22. 전북 임실 보건의료원, 치매환자 지원물품 증발 의혹)

특히 해당 약품은 또 구입 과정부터 특혜 정황이 드러났다.

임실군 보건의료원은 올해 2월 4900만 원어치의 치매 환자 영양보조제 구입에 따른 입찰 공고문을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렸다가 이를 전격 취소했다.

이와 관련해 의약품 도매업체 관계자는 "30정 규격이라는, 특정 제약업체만 납품할 수 있는 조건을 명시한 것은 이해할 수가 없는, 냄새가 나는 입찰"이라고 말했다.

의료원 소속 약사도 "너무도 명백한 특혜 입찰이어서 의료원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의료원 측도 "특혜시비가 있어 입찰을 취소한 것이 맞다"고 털어놓았다.(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9. 5. 22. '올렸다, 내렸다' 전북지역 한 보건의료원의 입찰 번복 속내는?)

그러나 취재결과 임실보건의료원은 지난해 9월 4000만 원을 들여 구입한 약품 역시 올 2월 특혜의혹이 제기된 약품과 같은 '30정 규격'의 약품인 것으로 확인돼 의혹이 증폭됐다.(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9. 5. 23. 전북 임실보건의료원, 지난해 특혜성 약품 수천만 원 구입 드러나)

지난 5월 CBS노컷뉴스 첫 보도 이후, 즉시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의료원과 제약회사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통화내역 조사까지 벌였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치매환자 영양제와 보조물품 횡령의혹과 관련한 조사 역시 무위에 그쳤다.

임실경찰서 관계자는 "보도 이후 관련자들에 대해 통신 기록을 확인했지만 별다른 유착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의료원의 물품 수급일지도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임실군 치매 등록환자 1/4가량을 조사했고 제품의 일련번호까지 일일이 확인했는데 모두 정상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지급받지 못했다는 환자들은 지난해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문제점은 곳곳에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취재과정에서 치매환자 가족은 "이미 수년전부터 치매환자로 등록돼 있는데도 지난해 영양제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으며 다른 치매환자 가족들은 "5월 기사가 나간 이후에서야 영양제를 지급받았다"고 말했다.

전북 임실군 보건의료원 전경. (자료사진)

 

최근 임실군 보건의료원장과 담당 과장 등도 CBS노컷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물품이 제대로 지급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와 별도로 특혜성 입찰의혹 등에 대해 특별감사에 나선 전라북도 감사관실은 최근 입찰 발주와 치매환자 조호물품 지급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들어 의료원 전직 과장과 팀장, 그리고 현직 과장과 팀장 등 4명에 대해 훈계 조치를 통보했다.(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9. 8. 8. 임실군 보건의료원 비리 의혹, 전라북도 특별감찰 착수)

전라북도 감찰 관계자는 "특정 업체에 유리한 입찰 조건을 명시하고 조호물품 지급에 따른 관련 지침을 따르지 않는 등 규정 위반이 드러났으며, 특혜성 여부는 수사권이 있는 사법당국이 규명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 문제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치매환자 영양제와 보조물품 횡령 의혹 관련 보도가 나간 것이 7월 22일이었지만 경찰이 환자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은 무려 한 달가량이나 지난 8월 말부터였다.

관련 서류나 물품 등이 짜 맞춰져 있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가 제공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경찰 수사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경찰 안팎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당초 관련 수사는 전북경찰청 지능수사대에서 수사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관할서인 임실경찰서에서 수사를 자청함에 따라 수사가 진행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의료원은 물론, 임실경찰서 안팎에서도 "수사력이나 지역 연고성 등을 놓고 볼 때 임실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국 이같은 우려는 현실로 이어졌고 아무런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수사 결과는 경찰의 의도와 관계없이 '면죄부'만 안겨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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