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로에 차들이 '쌩'…"익스트림 스포츠인가"

자전거 도로에 차들이 '쌩'…"익스트림 스포츠인가"

전주시 4.8㎞ 자전거 전용차로 가보니
대형 화물차량·버스가 불쑥, 경적 '빵'
교통사고 잦은 곳인데 차량과 뒤엉켜
내년 한옥마을까지 자전거 차로 확장

자전거 전용차로를 질주하는 차량들. (사진= 남승현 기자)

 

지난 11일 전북 전주에 사는 김모(30)씨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 경적을 울리는 차량 때문에 황급히 인도로 대피했다. 김 씨는 "편히 자전거를 이용하라고 만든 길인데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라는 건가. 사고나면 누가 책임을 질 거냐"고 토로했다. 해당 지점은 전주시가 자동차에 빼앗긴 도로를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예산 8억여 원을 들여 조성한 '자전거 전용차로'이다.

전주시는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부터 4.8㎞ 떨어진 가련광장까지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설하고 있다. 시비 8억 7,000만 원이 투입된 사업은 오는 12월 완료된다.

그중 편도 3차로인 탄소기술원에서 팔복BYC 구간을 살펴보니 자전거 차로는 차량이 점령했다. 길게 펼쳐진 자전거 차로를 편안하게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사방에서 차 경적과 함께 위험천만한 상황이 반복됐다.

자전거 차로를 이용하는 대형 화물차량. (사진= 남승현 기자)

 

자전거 차로를 침범하는 차량이 많아 자전거를 타기 힘들었다. 차로 끝 차선에 만든 자전거 전용차로는 자전거만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노란색으로 칠해놓은 안전지대를 넘는 차량이 불쑥 들어와 아찔한 상황이 적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이나 우회전 코스가 나오면 주변을 살펴야 한다.

자전거 전용차로에 멈춘 시내버스. (사진=남승현 기자)

 

산업단지와 공장이 밀집된 곳이라 대형 화물차량이 많은 데다 일반 도로와 자전거 전용차로를 구분하는 시설이 없다 보니 자전거를 타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애초부터 교통사고가 잦은 곳이었다. 도로교통공단이 운영하는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조회한 결과 자전거 전용차로가 개설된 구간 대부분은 교통사고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친환경첨담복합산업단지 주변 반경 500m에서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42건에 달했다. 이들 교통사고로 1명이 숨지고 6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도로교통공단이 운영하는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조회한 결과, 자전거 전용차로가 개설된 구간을 중심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점이 표시됐다. (사진= 남승현 기자)

 



진행 중인 사업의 일부 구간은 인근 상인들의 반대를 받고 있다. 상인들은 도로 갓길 1차선을 자전거 전용차로로 만들면 상가를 찾는 고객들의 주·정차 불편함을 우려하고 있다.

전주시는 총 15.7㎞에 달하는 자전거 전용차로 조성을 목표로 세웠다. 내년에는 가련광장부터 전주 한옥마을 한벽교까지 이어지는 5.4㎞, 농협공판장부터 승암교까지 이어지는 5.5㎞ 구간에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설할 계획이다.
전주시 자진거 도로 개설 사업 로드맵. 빨간색은 올해 진행되는 구간이고, 파란색은 내년에 진행된다. (사진= 전주시)

 



전주시 관계자는 "안전 문제로 경찰과 협의 끝에 주행속도 70㎞에서 60㎞로 하향했다"면서 "자전거 차로와 일반 도로가 구분되지 못한 부분 등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편리한 전주시 자전거 차로를 함께 만들기 위해 운전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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