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소재산업 자립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 (사진=전북테크노파크 제공)
걸음마를 걷던 탄소산업이 일본 수출 규제 등의 반작용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국내 선두기업 효성이 대규모 투자를 선언하고, 정부가 이에 화답하며 긍정적인 기류도 형성됐다. 이제 업계과 학계, 기관 등은 생태계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해법 찾기에 나섰다.
한국 탄소산업의 수도를 자처하는 전라북도가 2일 전북테크노파크에서 개최한 '탄소소재산업 자립 생태계 구축을 위한 간담회'에 기업가와 출연기관, 학계 등 전문가 40여명이 참석해 탄소산업의 미래를 의논했다.
이날 탄소융합산업연구조합 유영목 이사장은 "소재만 개발했다고 해서 물건이 나오는 게 아니다"며 "장비 국산화를 하지 못한다면 차후 소재는 공급되는데 물건을 못 만드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특히 중소기업들은 R&D 비용의 70%를 금형을 만드는 데 쓰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규모 기업들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카본 박재영 부장은 업계 내 네트워크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탄소 시장을 조성해보려고 해도 도대체 국내 카본 업체들이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 정보 접근이 쉽지 않다"며 "업계가 보다 유기적으로 돌아간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부품회사 라지 박철현 대표는 "국가연구기관의 장벽이 높아 협력이 잘 안 되고 있고, 특히 처음 탄소산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더 큰 어려움을 느낀다"며 "한국탄소융합기술원 등 기관들이 기업에 대한 장벽을 낮춰서 대화에 힘을 실어달라"고 밝혔다.
항공 부품 생산회사인 데크항공 최효석 이사는 "전라북도 내에 중간재를 만드는 회사가 하나도 없다는 게 의아하다"며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전라북도가 관련 업체를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선도기업인 효성 박전진 전주공장장은 탄소소재, 제품 생산 기업들의 비용 절감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설비가 비싸 대기업조차 제조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생산 과정에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단가를 낮추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이제욱 연구원은 "탄소산업은 소재가 아니라 산업이 중심이 돼야한다"며 "특히 대표 산업에 포커스를 맞춰 연구 과제의 기간과 액수를 늘려줘야 제대로 된 산업 육성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전북연구개발특구 서동경 본부장은 국가산단 조성 과정에서의 선제대응을 요구했다. 그는 "전주 탄소소재 국가산단이라는 귀중한 땅에 역량있는 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지금부터 유치활동에 나서야 한다"며 "핵심성장동력을 발휘할 공간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자"고 말했다.
당초 2시간으로 예정된 이날 간담회는 참석자들의 적극적인 제안 속에 20여분 가량 길어졌다.
전북도 유희숙 혁신산업성장국장은 "생태계의 중심인 기업들이 모여 원소재부터 시험인증, 마케팅 단계에 걸친 여러 제안들을 해줬다"며 "특히 장비산업과 관련해 정부와 함께 이를 기획하는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