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어쩌나" 임금체불 노동자 비극, 온정 줄이어

"애들 어쩌나" 임금체불 노동자 비극, 온정 줄이어

CBS노컷뉴스·민주노총 후원 문의
숨진 노동자 자녀 3명과 노모 걱정
전처 "도움 주신분 정말 감사하다"
제도적 긴급지원 체계 구축 필요성

'도와주시는 분이 있어서 정말 감사할거예요' 임금체불로 생을 마감한 조모(45)씨의 전 부인이 동료 박모(50)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대화메시지. (사진= 송승민 기자)

 

임금체불로 40대 노동자가 숨지는 바람에 슬픔에 잠긴 노모와 어린 자녀 3명을 돕고 싶다는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유족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4일 CBS노컷뉴스에 독자 임의황(54)씨가 보도를 보고 조씨의 가족들을 돕고 싶다며 연락해 왔다. 임씨는 "임금을 받지 못하고 안타까운 생명이 사라져갔다"며 "어린 3명의 자녀와 노모에게 조금이나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데, 가족들에게 위로가 될 여론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에 사는 양모(73)씨는 남은 조씨 가족을 직접 만나 돕겠다는 계획이다. 양씨는 "저 역시 지금은 사업을 거의 접었지만, 국가기관으로부터 또는 다른 업체나 강자로부터 피해와 고통을 받았던 사람"이라면서 "노동자와 약자계층의 삶과 생활은 달라지거나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조씨의 3살, 4살, 8살짜리 어린 자녀는 이혼한 조씨 아내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동료 노동자 박모(50)씨는 "조씨 어머니는 아들 소식을 듣고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남은 자녀들 또한 이혼한 아내와 함께 있지만 생계를 위해 직장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후원 문의 등을 접수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따뜻한 시민들의 뜻을 유가족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또 자녀 명의의 후원계좌를 개설해 남은 가족들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조씨의 전 부인은 "도와주시는 분이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며 동료 박씨를 통해 감사함을 전했다.
충남 아산에 사는 양모(73)씨가 CBS노컷뉴스에 보내온 이메일 내용 일부. (사진= 남승현 기자)

 


앞서 지난 4일 오전 7시쯤 조씨는 자신이 사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 아래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어머니에게 전화해 "임금이 나오지 않으면 아이들을 부탁해 달라"며 마지막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포스코 건설의 2차 하청업체 소속인 조씨는 지난 11월 15일부터 3달간 김제의 한 공업단지에서 작업했지만 임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4차 하청업체까지 이어진 다단계 구조에서 조씨를 비롯한 노동자 30여 명도 임금을 대부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임금체불로 세상을 등진 남은 가족에 대한 긴급 생계지원 등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영민 노무사는 "현재까지 제도적으로 유가족에 대한 긴급 지원 시스템이 없는 실정"이라며 "특히나 자녀들의 경우에는 한쪽 부모가 생계를 위해 집을 비우는 상황에 그대로 놓여 있다 보니 관리가 힘든 경우가 있다. 노동부를 비롯해 지역교육청 등과도 적극적인 지원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생계지원 같은 제도는 없지만 임금체불이 발생했을 경우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소액체당금 또는 임금채권으로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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