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섬진강 둑이 무너지며 전북 남원시 금지면 마을 일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 남승현 기자)
전북 남원지역 주택 침수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섬진강 둑 붕괴를 두고 책임 소재 논란이 뜨겁다.
핵심은 댐 방류 조절의 적절성 여부인데 한국수자원공사는 "보름 전부터 계속 방류를 해왔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 생긴 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상청은 둑 붕괴 하루 전부터 이미 25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전 대비가 충분했는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섬진강 둑이 무너지고 주택 침수 피해가 속출한 날, 남원에는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쏟아졌다.
11일 CBS노컷뉴스가 기상자료개방포털을 조회한 결과 지난 8일 하루 동안 남원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289.4㎜로 집계됐다.
이는 기상청이 남원지역에 강수량계를 설치하고 관측을 실시한 지난 1972년 1월 4일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 남원은 지난 2004년 8월 18일 내린 218㎜가 최고 기록이었다.
섬진강 둑 붕괴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남원시 금지면 하도마을. 주민이 흙탕물이 뒤집힌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남승현 기자)
올해 남원에 내린 비는 지난 3일 2.3㎜로 관측됐으며 4일은 내리지 않았고 다시 5일 20.1㎜, 6일 40.3㎜로 집계됐다.
비가 본격적으로 내린 지난 7일엔 140.7㎜가 쏟아졌다. 7일과 8일 이틀간 총 430.1㎜의 호우가 집중됐다.
기상청은 보통 오전 5시, 오전 11시, 오후 5시 등 하루 3차례 기상 예보를 한다.
둑이 무너지기 전날인 지난 7일 오후 5시, 기상청은 "내일(8)까지 전북지역에 80~150㎜, 많은 곳은 25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당일인 8일 오전 5시엔 "전북지역은 50~150㎜, 많은 곳은 250㎜의 비가 내리겠다"는 기상청 예보가 나갔다.
그로부터 8시간 만인 낮 12시 50분쯤 섬진강 둑 100여m가 무너지며 남원시 금지면 일대 마을은 도미노처럼 물속에 잠겼다.
전주기상지청 관계자는 "예보가 나갈 당시 지리산 부근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었다"고 밝혔다.
주택 침수 피해를 입은 금지면 마을 주민 조동권(57)씨는 "(갑작스러운)섬진강 댐 방류 확대로 뚝(둑)이 무너져서 피해가 큰 것 같다"며 "지반이 약하고 굴다리가 약하니까 뚝이 터졌고 물이 갑자기 불어나자 펌프장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둑이 없을 때도 비가 오면 물이 잘 빠졌는데, 둑까지 무너진 건 처음 겪는 일"이라고 의아했다.
부유물이 가득한 섬진강 유역. (사진= 남승현 기자)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10일 오전부터 유실된 제방에 돌과 흙쌓기를 반복하며 사고 원인을 찾고 있지만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댐 수위 조절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섬진강지사 관계자는 "강우가 천재지변급으로 많이 오면서 지난 7월 27일부터 계속 방류를 했다"며 "그런데도 이달 7일과 8일 이틀간 누적 강우량이 400㎜에 육박하며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물을 계속 흘려보냈는데도 넘칠 만큼 비가 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섬진강 댐 방류 결정 전후 과정에 의문이 남는다고 말한다.
전북대학교 토목공학과 박영기 교수는 "둑 붕괴는 섬진강 댐의 방류 조절이 쟁점"이라며 "비가 많이 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대응을 잘했다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가장 먼저 섬진강 둑이 무너지기 전후 수위를 살펴보고 섬진강 댐 방류 결정의 전후 과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이어 "지금 뭐라고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운영의 문제점을 단정할 수 없지만 여러 의문점이 남는다"며 "둑 붕괴 당시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해서 국민의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