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으로 재난지원금 마련한 전주열린가정교회

헌금으로 재난지원금 마련한 전주열린가정교회

"가난한 자 없게 하라" 십시일반 헌금 모아 재난기금 마련
"어려운 성도 선별해 100만~200만 원씩 지급"
"교회는 사회적 약자 품는 곳...부목사, 전도사 해고 소식 안타까워"
"신약시대 가난한 성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이 헌금의 기원"

■ 방송 : 전북CBS 라디오 <사람과 사람=""> FM 103.7 (17:05~18:00)
■ 진행 : 박민 참여미디어연구소장
■ 대담 :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 전주열린가정교회 목사

코로나 이후 갑작스레 해고당하는 부목사나 전도사가 늘고 있다는 소식, 여러분 들어보셨죠. 재정 부담에 따른 인력 감축이라고 하지만 그 대상자가 교회 안의 약자라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데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교회도 있습니다. 교회 재정으로 재난지원금을 조성해서 어려운 성도들을 돕는 교회가 있는데요. 우리 지역에 있는 교회라고 하네요. 그 사연 지금부터 들어보도록 하죠. 한일장신대 신학과 차정식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전주열린가정교회.

 



◆ 차정식> 네, 안녕하세요.

◇ 박민> 신학대 교수님으로 소개해드렸는데 현장 목회도 하고 계시죠?

◆ 차정식> 뭐 목회라고 하기에는 좀 계면쩍고요. 전주에 열린가정교회라고 평신도 공동체인데요. 거기에 주일예배 있을 때 설교할 목회자가 있어야 하는데요. 제가 목사니까요. 말씀으로 17년째 섬기고 있습니다.

◇ 박민> 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는데요. 이번에 교수님의 교회도 자체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들었습니다.

◆ 차정식> 말을 멋지게 지어서 재난지원금이라고 했는데요. 우리 교회에 어려운 분들이 있다고 해서 교우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명절 앞두고 교회 차원에서 돕자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교회 재정 중에 여유 분을 좀 나누자. 몇 가정 추려서 한 가정에 백만 원씩 주기로 했는데요. 여기에 여유가 있는 교우 한 분이 저에게 큰돈을 맡기셨어요. 그래서 이 돈을 추가로 나눠서요. 몇 가정이 더 혜택을 보게 됐어요. 우리가 작은 공동체인데 그런 이점을 살려서 어려울 때 십시일반 보태는 미덕을 살리는 차원으로 진행했고요. 교회마다 사정과 형편이 다른데 거창하게 재난지원금이라고 하면 다른 교회가 부담을 느낄까 봐 우려스럽습니다.

◇ 박민> 교수님이 겸손의 말씀을 하는 거 같고요. 어쨌든 이런 생각을 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 차정식> 예, 그렇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박민> 지원금의 재원은 성도님의 기부금?

◆ 차정식> 예, 아까 말씀드린 교우 분의 기부금이 있고요. 또 다른 교우들이 헌금한 것 중에 절약한 돈을 만들어서 재정을 마련했습니다.

◇ 박민> 이런 방침에 대해서 교우들이 흔쾌히 함께 한 거잖아요.

◆ 차정식> 우리 교회는 일반 교단 교회와는 다르게 평신도들의 자율과 자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면서 세워졌고요. 그렇게 운영해왔습니다. 이번에 운영위원회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제안했고요. 또 다른 구역원들에게 의사를 물어봤고요. 절대다수가 찬성하는 동의에 기반해서 지원하기로 한 겁니다.

◇ 박민> 100만 원씩이면 적지 않은 금액인데요. 코로나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 차정식> 아무래도 도움이 되겠죠. 일부 가정에게 지원금이 지급됐고 추가로 다른 가정에게도 지급이 될 텐데요. 더 어려운 분들은 중복해서 한 200만 원씩 받는 가정도 있습니다.

 

◇ 박민> 지원금을 받은 교인들의 반응도 궁금하네요.

◆ 차정식> 교회에서 나눈다는 것 또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서 자존심 문제도 있고 체면 문제도 있어서 조심스럽기는 한데요. 우리 교우들은 신앙과 인격이 성숙하고요. 그동안 성도 간에 나눔의 전통이 관행화되어서요. 교회에 내는 헌금과 별도로 나눔의 예물이라는 게 있었어요.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나누는. 요즘 코로나 비대면 상황에서 그걸 조금 확대해서 지원금을 조성한 거죠.

◇ 박민> 이런 모습이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이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가 부의 격차가 상당하잖아요. 이런 가운데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교회 헌금이 줄면서 부목사나 전도사들이 줄줄이 해고 통보를 받고 있는데요. 이런 풍경은 어떻게 지켜보고 계세요?

◆ 차정식> 이 세상은 주로 약육강식, 높은 자와 낮은 자, 정규직과 비정규직과 같은 갑을 사회 구조로 돼 있는데요. 교회는 세상과 좀 구별돼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원래 교회가 어려운 분들이 와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배려를 받고 위로를 받는 곳이 되어야 하는데요. 최근 교회 안에서 약자인 전도사와 부목사들이 해고당했다는 소식을 들려와서요. 좀 안타까운 심경입니다. 그러나 이런 교회들이 많을 거라고 보지는 않고요. 교회가 어려운 이들을 품을 때 비로소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민> 그런 과정에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목회자 기본소득인 거 같아요. 일부 진보 교단에서 논의 중이라고 들었거든요. 기독교 기본소득에 대한 교수님 견해는 어떻습니까?

◆ 차정식> 우리가 자본주의 체제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겠죠.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헌금의 역사적 기원을 보면요. 예루살렘의 가난한 성도들이 힘들어할 때 이방인 교회의 지도자인 사도 바울이 모금 캠페인을 해요. 그리고 그 모은 돈은 예루살렘의 가난한 성도들에게 건네주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걸 헌금의 기원으로 보거든요. 애당초 헌금의 목적과 기원, 배경을 보면 약한 교회의 가난한 성도들. 조금 여유 있는 성도들이 일주일 한 번씩 모였을 때 끼니도 잇기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헌금을 모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고린도후서 8장과 9장은 모금 캠페인을 위해 쓰인 편지인데요. 그 헌금의 원칙으로 하나님은 즐겨내는 자를 사랑하신다, 또 다다익선의 원칙. 많이 뿌린 자는 많이 거두고 적게 뿌린 자는 적게 뿌린다. 가장 중요한 건 균등의 원칙이거든요. 그래서 구약시대 만나의 비유를 예로 들면서 많이 거둔 자도 넘치지 않고 적게 거둔 자도 모자라지 않아 균등케 하리라는 그 말씀을 인용합니다. 우리가 기계적으로 똑같이 나눌 수는 없겠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균등함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정신이 신약성경에 깔려 있고요. 구약에 나오는 십일조도 대강 그런 정신 속에서 강조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박민> 어려운 성도를 위해서 시작된 모금이 헌금의 기원이었다는 말씀이었어요. 코로나로 어려운 가운데 재난지원금을 주는 교회가 있다고 해서 인터뷰 연결해보았네요.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차정식>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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