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 민주당 이원택 첫 면소판결.."신법우선"

선거법 개정, 민주당 이원택 첫 면소판결.."신법우선"

선거법 개정 전 발생한 사전 선거운동 혐의 유·무죄 없이 종결
재판부, "과거 법 광범위한 처벌로 '반성적 고려'해 법 개정"
재판부, "입법자가 입법으로 형사처벌 피할 수도 있다" 지적
이 의원, "특정인 구제 아닌, 신인을 위한 정치적 자유 확대"
검찰, "법리오해의 위법있어 항소할 예정"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원택(김제·부안) 국회의원이 20일 오후 재판장에 입장하고 있다. 이 의원이 1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았다. 송승민 기자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원택(김제·부안) 국회의원이 '면소 판결' 즉, 유·무죄에 대한 판단 없이 재판을 종결하는 판결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말 개정된 선거법이 소급적용 된 첫 번째 판결이다.

재판부는 입법자의 입법 의도를 근거로 들며 '신법우선의 원칙'과 '소급입법 금지 원칙'의 충돌에서 전자를 선택했다.

◇ 개정된 선거법, '신법우선'이냐 '소급입법 금지'냐

전주지법 제11형사부(강동원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의원에게 면소 판결을 했다.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이제 선거일을 제외하고 언제든 전화나 말을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졌다.

이번 재판은 법 개정 전 사전 선거운동을 한 선거사범에게 신법우선의 원칙을 적용한 '개정된 선거법의 소급 적용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 재판부는 역시 형법 1조 2항의 '신법우선의 원칙'과 헌법의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을 들며 재판을 시작했다.

◇ 입법자의 입법 의도를 판단 기준으로 삼은 재판부

재판부는 충돌하는 두 원칙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법 개정의 이유가 '반성적 고려'라면 신법우선의 원칙을, '정책적 선택'이면 소급입법을 금지한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들었다.

재판부는 입법 과정에 남은 자료나 흔적을 근거로 '공직선거법 개정이 입법자들의 단순한 정책적 선택'이 아닌 '과거 법의 처벌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조치'라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입법자들이 개정안에 공직선거법이 선거운동의 규제수준이 높아 지나치게 처벌이 광범위하고 선거 운동기간이 부당하다고 명시한 점, △새로운 선거법의 소급적용에 대한 수정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자료가 남아있는 점, △선거운동을 포괄적으로 제안·금지하는 조항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 대법원, 헌법재판소가 오랫동안 비판한 점 등을 재판부는 꼽았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 이후 법률 개정에 의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유·무죄를 따질 필요 없어 면소 판결한다"고 판시했다.

◇ "입법자가 입법을 통해 형사처벌 피할 수도"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신법을 적용해서 발생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선거법 위반 후에 그 선거에서 승리한 이들이 입법부를 구성해 법률을 개정하고 처벌받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며 "결국 선거법을 지킨 자가 불리해 낙선한 후보자 입장에선 법 개정을 부당하게 여긴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재판 결과에 대해 특정인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닌 신인의 정치적 자유 확대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도민과 지역구 주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재판 결과에 대해 존중하면서도 성찰을 통해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자가 입법을 통해 형사 처벌을 면했다는 지적에 "법이 개정될 때 특정인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신인의 정치적 자유 확대를 위해 나온 것"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은 법원이 검찰의 기소를 유·무죄 판단 없이 종결하는 면소 판결에 대해 "법리오해의 위법"이라며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19년 12월 11일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제시의회 의장이었던 온주현씨와 김제의 한 마을 경로당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며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

한편, 민주당 진성준 의원과 윤준병 의원, 이소영 의원과 무소속 김병욱 의원 등 4명이 이원택 의원과 비슷한 내용의 사전 선거운동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여서 이번 면소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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