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암' 장점마을, 소송으로..신임 장관은 '무공해차 챙기기'

'집단 암' 장점마을, 소송으로..신임 장관은 '무공해차 챙기기'

담뱃잎 찌꺼기 비료 공장, 22명 암으로 사망·17명 투병
주민 80억, 익산시 50억 견해차 좁히지 못하며 재판행
신임 환경부 장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현대차 전주공장
주민대표 "환경적 재앙 겪은 장점마을 모른 척하는 것"

2006년 4월 13일 장점마을 경노회원 청와대 방문 기념사진. 이 중 12명은 암에 걸려 세상을 등졌다.(좌측), 취임 이후 첫 행보로 현대차 전주공장을 찾은 한정애 신임 환경부 장관.(우측) 송승민 기자

 

전북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건'의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조정이 결렬돼 민사 재판으로 넘어가게 됐다. 최근에도 장점마을에서 암이 발병했으나 환경부 장관은 이날 전북에 위치한 현대차 전주공장을 방문해 '무공해차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신임 환경부 장관에게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건'이 잊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점마을 주민들과 전라북도·익산시는 28일 전주지법에서 열린 제3차 민사조정 기일에서도 손해배상 액수를 결론짓지 못해 결국 민사 소송절차로 접어들게 됐다.

장점마을 주민 측은 지난해 있었던 제2차 민사조정에서 제시한 157억 원을 절반가량 삭감한 8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의견서를 제시했다. 이에 반해 전라북도·익산시는 제2차 민사조정과 변함없이 50억 원을 제시했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익산시가 제3차 조정기일에서도 '변경된 조정안에도 응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 양측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최근에도 마을에서 암으로 사망하거나 암이 발병한 이들이 생기고 있지만, 주민들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재판을 준비하게 됐다.

반면, 한정애 신임 환경부 장관은 이날 취임 이후 첫 방문지로 전북의 현대차 전주공장을 방문했다. 한 장관은 한국판 '뉴딜 무공해차 보급' 사업 핵심 시설을 점검하고 수소차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전북 완주에 위치한 현대차 전주공장을 찾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 송승민 기자

 

주민대표는 환경 정책을 총괄하는 환경부 장관이 전북 지역을 찾으며 익산 장점마을을 외면한 처사라고 밝혔다.

익산 장점마을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환경부 장관이 장점마을 주민에 대한 생각은 있는 거냐"며 "환경부 장관으로 환경적 재앙을 겪은 장점마을을 모른 척하는 것은 사람으로 볼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점마을 소송대리인단 홍정훈 간사는 한 장관의 행보에 대해 "업무 파악이 덜 된 건지 아니면 '재판 중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인지 궁금하다"며 "신임 환경부장관에게 익산 장점마을이 잊힌 사건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정마을 집단 암 발병 사건은 폐기물 처리업체인 (유)금강농산의 유해물질로 마을 주민 22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17명이 투병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환경부 조사 결과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을 비료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불법 건조할 때 나오는 1군 발암물질인 TSNAs(담배 특이 니트로사민)과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이 암 발병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익산시의 폐기물 재활용 신고 부당 수리,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에 대한 지도·점검 부적정 등 위법·부당한 사항이 지적됐다.
연초박으로 비료를 만든 금강농산에 남아있는 폐기물. 마을주민들은 산업폐기물과 화학약품들이 아직도 묻혀 있다고 말한다. 남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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