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전북 익산 모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A(60대)씨가 발견된 장소. 폴리스라인이 설치돼있다. 심동훈 기자전북 익산에서 모녀가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남긴 쪽지에 '병원비에 부담을 느꼈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母 쪽지 "병원비 감당 힘들어"…경찰, 부검의뢰
19일 전북경찰청과 익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쯤 익산시 모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A(60대)씨가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비원에 의해 발견된 A씨의 몸에선 '지난달 딸이 세상을 떠났다'와 '더 이상 병원비 등을 감당할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쪽지와 자택 열쇠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의 주소로 등록된 사고 현장 인근 아파트 안에서 그의 딸 B(20대)씨의 시신도 발견했다. 발견 당시 B씨의 시신은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경찰은 쪽지의 내용에 비춰볼 때 지난 3월 말쯤 B씨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연합뉴스"경비원에게 친절하셨던 분"…기초수급 금액 감면도
A씨 가족은 지난 2006년부터 지난 2023년까지 약 17년간 기초생활수급자로 의료급여와 생계급여, 주거급여 등의 지원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1월 A씨의 가족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이 발생해 지원 항목 대부분이 중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양의무자 제도 폐지로 인해 지난 2022년 1월부터 가족의 소득이나 재산이 부모의 수급자 선정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A씨 가족은 세대 분리를 하지 않아 지원 금액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익산시 관계자는 "지원을 받으시던 중 일정 부분 소득이 잡혀 생활급여와 의료급여를 뺀 주거급여만 지원받게 되신 것 같다"며 "소득을 다시 증명하는 등 시 차원에서 재신청 안내했지만, 재신청을 못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그를 아는 경비원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 C씨는 "새벽 순찰을 돌다 (A씨를) 발견해 응급조치를 하고 신고했다"며 "이후 국과수 등 수사기관이 곧바로 와 현장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를 나누고 지내다 보니 형편이 어렵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며 "나를 포함해 경비원들에게 참 친절하셨던 분인데 많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