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한 그루가 시민에게 특별한 장소가 될 수 있다." 한 달 살기처럼 도시 자체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높은 빌딩과 타워 같은 대표 명소만 찍고 가는 여행을 했다면, 이제는 잠시 터를 잡아 도시의 결을 느끼는 방식이다.
이런 면에서 전주는 고즈넉한 정취를 내뿜는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가 주는 경관으로 주민들의 일상 그리고 삶의 방식이 바뀌길 바라며 임기 동안 도서관 만들기에 힘썼던 김승수 전 전주시장이 신작 '도시의 마음'을 내고 시민들에게 찾아왔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12일 작가 김승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과거 인간이 만들었던 도시를 이제는 자본이 만들고 있다"고 우려하며, 가로수 한그루가 만든 그늘과 도서관 같은 공공장소가 시민을 '자본의 고객'이 아닌 '도시의 주체'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전 시장이 재임 중 만든 전주의 도서관들은 이제 전국적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카페형, 한옥형, 숲속형, 헌책도서관 등 다양한 테마의 도서관이 도시 곳곳에 들어서면서 '전주 도서관 투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그는 "공무원들이 일하는 청사에 수천억을 퍼붓기보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 투자해야 한다"며 "좋은 공공장소가 있으면 시민들의 삶도 그 수준까지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AI 시대에 독서와 도서관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AI는 무서운 문명이다. 생각하지 않게 되고 사유를 놓치게 된다"며 "우리 시대의 마지막 선지자, 마지막 스승이 책에 있다"고 말했다. 전주가 조선시대 최대 지식 도시였고 '춘향전'이 당시 베스트셀러였다는 역사적 배경도 도서관 도시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지난 14일 전주 동네책방에서 열린 북콘서트. 잘익은언어 제공 그의 도시 철학은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 재생 사업에서도 드러난다. 60년 동안 방치됐던 이곳을 예술촌으로 탈바꿈시키면서 "도시는 스토리가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신념을 실현했다. 첫마중길 조성사업 역시 "도시의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모든 정책이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첫마중길의 경우 운전자들의 불편 호소가 이어졌고, 전주종합경기장 건설 지연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떠안기도 했다. 그는 "'도시의 땅을 기업에 팔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시장은 "시장이 겁이 나면 우리 시민들은 어떻게 하나"라며 험한 곳이었던 선미촌 재생을 포기하지 않았던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공직사회의 '적당한 성공'이 '철저한 실패'보다 위험하다고 지적하며, 시민 기대를 뛰어넘는 공공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준비 중이며 "어떤 형태로든 전주시를 위한 공적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도시를 사유하는 일에 빠진듯한 김 작가는 항간에서 제기하는 출마설을 두고는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전주의 아중호수에는 음악 테마 도서관(100m 길이)이, 혁신도시에 전북 대표도서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그가 꿈꾼 '도서관 도시 전주'는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전주 연화정도서관. 전주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