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 완주군청 앞. 완주군의회 유의식 의장 등 반대단체 완주군민들이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차량을 막고 있다. 송승민 기자전북 전주-완주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가 짧으면 한 달 남짓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완주 주민들의 합리적 판단을 위한 대화와 토론은 실종된 상태다.
양측 정치권의 소극적인 태도와 일부 세력의 물리력 행사가 이어지면서 통합 논의 과정이 파행을 겪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완주군민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실종된 통합 논의…외면하는 주요 인사들
유일하게 토론을 제안한 이는 완주군의회 유의식 의장이다. 유 의장은 지난 7월 3일 4자 토론을 제안했다. 전주시장과 완주군수, 전주시의장, 완주군의장이 참여하는 형태다.
우범기 시장은 지난 7월 7일 기자회견에서 완주군 정치권이 제안한 TV 토론에 참여할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고 "시의장 등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나흘이 지나 "토론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시의장은 고향이 완주라는 이유로 토론회 불참을 선언했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7월 21일까지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고 실무 검토를 거쳐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명확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대화의 장마저 가로막는 물리력 행사
먼저 토론을 제안한 완주군의회 유의식 의장도 대화를 막는 것은 마찬가지다. 유 의장 등 완주군의회는 지난 6월 25일 있었던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완주군민과의 대화' 자리를 물리력으로 저지했다.
이 자리는 전주-완주 통합 의제는 물론, 완주의 발전을 위한 도지사의 정책 설명과 군민 질의응답을 위한 자리였다.
완주군의회와 통합 반대단체는 고성과 육두문자를 지르고 폭행에 가까운 물리력을 동원해 모든 대화를 원천 차단했다. 김관영 지사와 완주군민의 대화는 지난해 7월, 올해 3월에 이어 세 번이나 무산됐다.
더욱이 이러한 행동은 자신들의 안방을 넘어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21일 있었던 김관영 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정동영·이성윤 의원, 우범기 전주시장의 합동 기자회견에서는 회견 도중, 소리를 지르고, 회견장으로 들어오지 못한 일부 인사는 문을 거세게 두드리며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발언권을 얻고 질의응답을 이어가는 기자회견의 기본적인 태도조차 지키지 못한 행위다.
지난 21일 전북도청 브리핑룸. 완주군의회 의원들이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 중 소리를 지르고 항의했다. 브링핑룸 밖에서는 문을 두드리는 등 소란이 있었다. 송승민 기자 "목소리 높인다고 해결 안 돼"…정치권의 책임 강조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정동영 의원은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는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면서도 "여기엔 전제가 있다.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회견은 완주군민·전주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방해할 자유는 없다"며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시금 "통합을 정치권과 언론이 조곤조곤 대화해야 한다"며 "주먹을 휘두르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무엇이 희망일지 폐해일지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지난 21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전주-완주 통합 합동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전북도 제공 충분한 숙의 없는 투표…피해는 완주군민 몫
대의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약점, 정보의 비대칭성을 내포한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주민들이 의사를 표현하는 확실한 수단 중 하나는 투표다. 투표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할 충분한 숙의와 정보 습득의 시간이 필수다.
현재 전주-완주 통합 논의 과정은 주요 인사들의 소극적 태도와 일부 세력의 대화 방해로 인해 충분한 대화와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완주군민이 통합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한 선택을 내릴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통합의 결과를 떠나 이번 과정에서 최종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완주군민이 안게 됐다는 비판을 전주와 완주의 정치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투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완주군민의 알 권리와 충분한 숙의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정치권의 책임 있는 태도 변화와 적극적인 대화 참여가 시급하다.
지난 21일 전북 삼례읍 행정복지센터.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전입신고를 하는 과정에서도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송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