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범벅의 지자체 홍보물..."우리말로 쓰면 안되나요?"

외국어 범벅의 지자체 홍보물..."우리말로 쓰면 안되나요?"

뜻도 모를 외국어가 쓰이는 행사명과 홍보물
"외국어 자꾸 쓰다 보면 외국어에 익숙해진다"
전주시 우리말 조례 제정, 외국어 근절 앞장

유스버스킹페스티벌, 슈메이커, 하우스어셔, 소셜굿즈 등 지자체 행사와 홍보물에 외국어가 남발하고 있다 (사진 = 정혜인씨 제공)

 

"셀러는 판매자, 하우스어셔는 공연장 안내원이라고 쓰면 안 되나요? 꼭 영어로 써야만 하나요? '곁꾼', '손도울이'라는 말도 있어요. 일하는 사람의 곁에서 그 일을 거들어 주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에요. 이 말처럼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순우리말이 사전 속에 잠들어 있어요. 이런 말들을 살려 쓰면 좋겠어요."

교정 전문가 정혜인(56)씨의 말이다.

공공기관이 행사 홍보를 위한 광고에 지나치게 외국어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완주군 '소셜굿즈센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하우스어셔' 모집, 정읍 '슈메이커 양성 프로젝트' 등 지자체(또는 공공기관)가 외국어를 무분별하게 남발하고 있다.

소셜굿즈는 사회적 재화, 하우스어셔는 공연장 안내원이나 공연장 도우미, 슈메이커는 구두 제작자 등 우리말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외국어가 사용됐다.

전주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지난 9월 27일부터 28일까지 '2019 핸드크래프트 페어 인 전주'를 열었다. 전주라는 도시 명칭을 제외한 모든 단어가 외국어로 쓰였다.

2019 전주시 수공예 박람회 홍보물, 정씨의 지적에 행사 이름을 우리말로 바꾼 전주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사진 = 정혜인씨 제공)

 

정혜인씨는 이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 전화해 외국어 대신 우리말을 쓰자고 항의했다. 이에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행사 명칭을 '핸드크래프트 페어 인 전주'에서 '전주시 수공예 박람회'로 변경했다.

정씨는 "자꾸 외국어를 쓰다가 모든 명사를 외국어로 쓰는 날이 올 수도 있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외국어를 쓰는 게 의미 전달이 명확하고 더 편리한 경우가 있다는 반론에 정씨는 "계속 외국어를 쓰니까 외국어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거다"며 "우리말을 자꾸 써야 우리말이 더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전주시가 행사나 축제에서 우리말을 쓰면 다른 지자체가 배워나갈 것이다"며 "전주에서 영어를 몰아내는 그날까지 열심히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이러한 정씨의 지적에 지난해부터 공공기관이 나서서 외국어 대신 우리말을 사용하도록 하는 우리말 조례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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