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예경보시스템. 자료사진행정안전부가 보안에 취약한 '재난예경보 외부 송출서버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공문을 지난 8월 31일 전라북도를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에 내려보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전라북도는 한 달이 넘도록 행전안전부 해당 공문을 시군으로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라북도가 행정안전부 공문을 접수한 날은 9월 1일, CBS노컷뉴스가 지난 10월 1일 행안부 공문의 존재를 확인하기까지 전북도에서는 도민안전실 일부 직원만 이 사실을 공유하고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행안부는 해당 공문에서 외부업체 서버를 이용해 재난방송을 송출하는 경우 시·군·구청 상황실에 송출서버를 설치하도록 했으며 조치 결과 및 개선 계획을 오는 12월 30일까지 회신하도록 했다.
그러나 행안부의 재난방송 외부 송출서버 운영 개선 공문이 전라북도로부터 일선 시ㆍ군으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예산 작업이 필요한 시ㆍ군의 경우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추경예산을 통해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자치단체의 경우 예산반영 기한을 놓치는 등 예산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자연재난과 담당 팀장은 "재난예경보시스템에 문제가 적지 않아 근본적인 대책을 담아서 공문을 내려보낼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또, "예산은 전북도가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면서 "늦은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담당 과장은 "공문 처리량이 많다보니 세세하게 챙기지 못한 실수가 있었다"며 "뒤늦게라도 확인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 지 알 수 없다"며 팀장의 주장과는 다소 결이 다른 해명을 내놓았다.
전라북도청 고위 간부 공무원은 "뒤늦게나마 행안부 공문이 확인되지 않았으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털어놨다.
관련 공무원들의 석연치 않은 해명을 두고 일각에서는 "공문 하달을 제 때 하지 않은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 공문은 CBS노컷뉴스의 취재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 5일, 공문 접수 한달 여만에 전북 14개 시군에 발송됐다.
전북도청사(좌). 전북도의회 청사(우). 김용완 기자여기에 더해 논란이 일고 있는 재난예경보시스템을 둘러싸고 '진실규명을 방해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전북도 재난예경보시스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 A씨는 앞서 지난 3월 도청 한 간부 공무원으로부터 "특정업체를 고발하지 말아달라"는 청탁성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북도 도민안전실에서는 재난예경보시스템 운용 과정에서 확인된 논란의 '변이코드'가 시방서에 명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ㆍ군 시스템 간 호환을 방해하고 있다고 보고 특정업체에 대한 고발을 검토중이었다.
고발 무마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진 간부 공무원은 2016년 전라북도 재난예경보시스템 사업 추진 당시 담당 팀장이다.
해당 간부 공무원은 CBS노컷뉴스의 사실확인에 대해 "고발하지 말아달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고발무마 청탁을 전면 부인했다.
공무원 A씨는 또, 지난 8월 5일 전북도의회 모 의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왜 재난방송 문제에 깊게 관여하려고 하느냐?", "네가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느냐?" 고 말하는 등 '언행에 조심하라'는 사실상 주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 의원은 발언 진위여부에 대해 묻자, "학교 후배인 공무원 A씨가 걱정돼서 한 얘기였지만 돌이켜보니 경솔한 발언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또," 재난예경보 방송은 자신의 관심사항이 아니어서 잘 모른다"며 "진실규명을 방해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재난예경보 방송 관련 전북도의회 해당 상임위인 문화건설안전위원회(이하 전북도의회 문건위)의 행보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북도의회 문건위는 지난 3월 24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재난예경보시스템의 호환 문제로 논란에 휘말린 관련 업체들과 전북도 도민안전실장 등을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당시 김양원 전북도 도민안전실장은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수년 동안 재난예경보서버 메인계정(System Administrator)의 패스워드를 업체로부터 확보하지 못해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라북도와 시군간 재난예경보시스템 통합 운영은 물론이고 심각한 보안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지만 전북도의회 문건위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대신 전북도의회 문건위에서는 "CBS노컷뉴스 관련 보도에 오류가 상당하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을 만들었고 이 문건은 외부(전북도 재난예경보시스템 설치업체)에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상 문제점을 파헤쳐 바로잡아야 할 도의원과 도의회가 오히려 공무원을 상대로 입단속에 나서거나 문제점을 덮으려는 '아이러니'가 연출돤 것.
전북도 재난예경보시스템 설치업체의 여러가지 논리를 대변하는 듯한 내부 문건은 전북도청 내부에서도 확인됐다.
전북도청 도민안전실 B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재난방송시스템 운영과정에서 제기된 쟁점사항들과 관련해 해당 업체의 주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 문건 역시 대외적으로 활용되면서 전북도청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자 B직원은 "자신이 문건을 만든 것은 맞지만 외부로 유출한 사실은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전북도 재난예경보통합시스템 시방서에 없는 '변이코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승인한 적 없는 '전화번호 변작'에 이어 행안부 공문도 깔아 뭉개고 일부 도의원과 공무원들까지 나서 조직적으로 진실규명을 방해하는 등 전북도 재난방송을 둘러싼 잡음과 논란은 끝을 모른채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