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골 공무원·군의원·경찰관의 '수상한 전원생활'

[르포] 시골 공무원·군의원·경찰관의 '수상한 전원생활'

인근 주민 "도로 새로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돼"
한날한시에 땅 매입 '아이러니'
개별공시지가 3배 이상 뛴 척박한 땅
공무원‧경찰관‧군의원 땅 투기 의혹

순화지구 개발사업 지구와 인접한 한 논밭 사진. 김대한 기자순화지구 개발사업 지구와 인접한 한 논밭 사진. 김대한 기자"거기(순화지구 인접 땅) 산 사람들은 재미 좀 봤을거여."

지난 12일 순창군 순화리의 한 논밭을 찾았다. 기자가 찾은 이 논밭은 순창군 순화지구 개발 구역과 불과 3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심지어 순화지구 개발제한구역도 절묘하게 피한 이 '노른자 땅'. 앞서 본지가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시골 공무원·군의원·경찰관의 '수상한 전원생활'에 등장하는 필지다.

이 땅을 찾았을 때 제일 처음 반긴 것은 1시간 전에 작업을 마친 듯 반듯하고 윤기 나는 새 통행로였다.

인터넷 지도에서 찾은 과거 사진에는 차가 다니기 힘들 정도로 마모된 도로였지만, 이를 비웃듯 정갈한 도로가 순창군 순화리 초입을 담당했다.

반듯한 도로에 걸맞게 반듯이 주차를 한 후 땅 투기 의혹을 받는 필지를 찾았다. 필지에는 흡사 수박만 한 돌들이 뒤엉켜있었다.

무성한 잡초 사이에 방치된 묘목까지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땅이였으며, 연접한 땅에서 땀 흘려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마을 주민의 땅과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후 인근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주민은 "순화지구 개발사업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도로가 새로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됐다"며 "주변에 논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재미 좀 봤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말 이 땅을 통해 '재미' 좀 봤을까. 앞서 본지가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대로 [단독]순화지구 인접 땅 산 간부 공무원 등에서 해당 공무원과 경찰관 그리고 군의원은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땅의 가치가 상승된 것은 인정하면서도 지난 2016년 5월 9일 한날한시에 사들인 이 땅에 대해 전원생활을 위한 땅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당 필지를 삼등분해 매입한 이들은 오랫동안 막역한 사이로 은퇴 후 각자 집을 짓고 이웃으로 살아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순화지구 개발사업 인근 포장 도로. 김대한 기자순화지구 개발사업 인근 포장 도로. 김대한 기자하지만 2016년에 매입한 그 땅을 두고 현재까지 그 누구도 집을 짓지 않았다. 경찰관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를 이유로 집을 짓지 못했다"고 설명하다 "코로나가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자잿값이 올라 집을 짓지 못했다"고 해명을 바꾸기도 했다.

한날한시에 전원생활을 꿈꾸고 한날한시에 땅을 매입했다는 아이러니 속에 매매 당시보다 개별공시지가가 3배 이상 뛴 그 척박한 땅은 비옥한 토지로 보일 정도였다.

이들이 땅을 매입한 후 1년이 지난 2017년 7월 26일 순창군은 전북개발공사와 '순창 순화지구 도시개발사업 업무추진 협약식'을 체결했다.

또 같은 해 12월 18일 순창 개발행위허가의 제한지역을 지정하고,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이들의 땅은 개발행위제한구역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2016년 당시 순창군청 농촌개발과장으로 재직해 사업을 포괄 담당했던 공무원, 땅을 소유하며 도로를 개설하도록 군청에 요구할 권한을 가진 순창군의회 부의장 그리고 전북 순창경찰서 정보과 경찰의 우연 넘치는 이 땅.

오늘도 가방을 둘러메고 일터로 출근하는 성실한 직장인들도 '재미 좀 보고 싶을' 이 땅에 대한 탐방기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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