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업체로부터 받은 벨라루스산 탄소직물. CBS 단독 입수 사진국방과학연구소(ADD. 이하 국과연)와 연구 업체 간의 '가장 납품' 파문이 불거진 가운데 이 사건의 배경에는 D 업체 대표이자 전북의 한 대학교수인 J씨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방연구 과제가 실패로 끝날 것을 우려해 연구 과제 총책임자인 J교수의 지시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폭로다.
'pallet1'…"J교수, 수입산 '박스 갈이' 지시" 파문
2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의 연구 협력업체인 D 업체 전직 직원인 A씨는 "2019년 말 보고 당시, 탄소 직물을 타 업체로부터 받아 D업체 박스에 옮긴 후 국과연에 허위 보고했다"고 말했다.
오로지 보고만을 위한 일명 '박스 갈이'로 국과연 보고가 끝난 후 이용된 직물은 다시 타 업체로 보냈다는 게 A씨를 포함한 D업체 복수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야기가 다 됐으니 도착할 직물을 D 업체 박스로 옮길 수 있게 박스 제작해라", "도착하면 수량 체크해서 옮겨놔라" 등의 지시를 J교수가 직접 했다는 것.
이같은 폭로는 실제 벨라루스산 직물을 옮길 박스를 만든 D업체 전 직원 B씨와 타 업체로부터 직물이 도착하자 이를 옮겨 담고 사진을 찍었던 A씨의 입을 통해 터져나왔다.
특히 B씨는 "미사일 발사체에 사용하는 수입 직물을 들여올 수 있는 업체가 한국에 유일하게 한 곳이 있다"며 "J교수의 지시로 2019년 말쯤 해당 업체로부터 받은 물품을 D업체 로고가 붙은 박스에 직접 옮겨 넣어 국과연에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해당 사진에는 'MADE IN REPUBLIC OF BELARUS' 제목의 A4용지가 카본 박스에 부착됐다. 사진이 촬영된 날짜는 2019년 12월 16일이다.
또 다른 사진에는 'Pallet.1' 제목의 A4용지가 부착됐고, 입고일은 2019년 11월 11일로 적혀있다.
이 외 4장의 사진을 종합하면, 카본 박스 10개 이상이 담긴 지게차의 모습과 보고를 위해 펼쳐진 20개 박스가 존재했다.
A씨 등에 따르면 2019년 말 최종 보고가 있었다. 보고를 위해선 흑연화와 탄소 함량 등을 만족시켜야했지만, 자체 제작한 직물로는 원하는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실제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물품보관증에는 2019년 12월 20일 탄소 섬유 또는 직물과 치구 및 금형에 대한 보관내역이 담겨있었다.
J교수와 국과연 담당자 그리고 국내 대기업 H 담당자의 직인 역시 찍혀있다.
A씨는 "2019년 12월 20일 보고 이후 사용된 벨라루스 제품은 다시 타 업체 박스에 실어 보냈다"며 "최종 보고를 위해 모든 일을 J교수가 시킨 것이다"고 밝혔다.
"특정 업체로부터 들여온 폭 55cm 벨라루산 탄소직물을 '박스 갈이'를 위해 폭 75cm 자체 제작 상자에 옮겼고, 보고가 끝난 뒤 벨라루스산 탄소직물을 빌린 곳에 돌려보냈다. 이후 시간을 벌어 폭과 중량, 흑연화율이 들쭉날쭉한 자체 생산한 리오셀계 탄소 직물을 보고 시점 이후에 납품했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사진은 D업체의 폭 75cm 자체 카본 박스. D업체 대표와 국방과학연구소 측은 "보고 시점인 2019년 말 폭 1m 리오셀 탄소직물 20롤, 나무상자 20박스, 중량 400여kg, 흑연화율(탄소함유율) 99.5%의 조건을 갖춰 납품 처리가 완료됐다"는 입장이다. 전북 전주 공장에 빈박스가 현재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다. CBS 입수 사진'골든타임' 놓친 국과연…J교수 "비상근직으로 잘 모른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군사 미사일에 사용되는 직물의 경우 통상 제조사를 보고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국방 과제에 사용되는 물질은 까다로운 통관을 거치기 때문에 한정된 국내 업체만 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D 업체 경우, 주문 제작한 박스로 수입산을 옮겨담아 제조사를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전북 전주시 팔복동 소재의 D 업체공장에서 자체 제작한 박스의 폭은 75cm다. 연구 목표인 1m 폭 직물을 넣기에 부족하다.
정황상 55cm 벨라루스 직물의 폭에 더 적합해 수입산 직물을 넣으려는 개연성이 더 높다.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했지만, 이마저도 보고 과정에서 누락됐다. 박스를 확인한 국과연 담당자는 '1m 탄소직물을 반으로 접어 넣었다'는 D 업체 대표의 입장에 동조했다.
보고 시점에서라도 정밀 검사가 필요했지만, 제대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A씨 등은 "펼쳐놓은 박스에 대한 국과연의 검사는 5분에서 10분 사이 끝났다"며 "허술한 검사에 윗분들끼리 이야기가 이미 끝난 보고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과연 관계자는 "사진과 서류로만 보고를 받았으며, 일일이 직물을 확인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J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벨라루스산 샘플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 일부 들여온 적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납품' 현장 사진에 대해서는 "처음 보는 사진으로 경쟁업체인 타 업체로부터 벨라루스 산을 받아 보고할 이유가 없다"며 "비상근직으로 공장에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폭로에 나선 D업체 전 직원 A씨와 B씨는 "D업체가 2019년 말 보고 당시 벨라루스산 직물을 들여와 박스갈이 이후, 제품 제작 보완을 한다는 명분으로 시간을 벌었고 이후 2020년 9월부터 폭 55cm가 대부분인 자체 제작한 직물을 H사에 보냈다. 허위 보고를 차치하더라도 연구 목표인 폭 100cm와 탄소함유율 99.5%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데 2020년 9월 무렵 보낸 자체 직물은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9년 12월 D업체가 국방과학연구소에 보고 당시 벨라루스산 직물을 들여와 75cm짜리 나무사장에 넣어서 허위 보고했다고 폭로가 제기된 가운데 탄소 20롤, 나무상자 20박스, 총 중량 427.4kg 가량의 직물이 보고 및 납품됐다는 사진. (사진 위), 2020년 9월과 10월 D업체가 납품한 실제 자체 제작 직물, 폭 55cm가 대부분인 모습. 연구 목표는 폭 1m, 탄소함유율 99.5%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보고 시점도 지났지만, 보고 시점 이후 만든, 폭을 충족하지 못한 직물로 노즐을 만들어 연소 실험했다는 주장. (사진 아래, 붉은색 테두리). CBS노컷뉴스 단독 입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