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 당시 현무-2 탄도미사일의 발사 모습.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합동참모본부 제공국방과학연구소(소장 박종승)가 수입산 '가장 납품'과 치구 방치 등의 의혹이 불거지자 재감사에 착수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3월 감사에 착수했고 '문제 없다'고 판단했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5개월 만에 재감사에 나섰다.
그러나 해당 과제의 관리‧감독 책임 기관인 국과연의 이번 '셀프 감사'가 공정하게 이뤄질지 의문이 제기된다.
감사 담당자 '교체'…국과연 "원점에서 재조사할 것"
지난 10일 오전 10시쯤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는 '방산 비리' 폭로의 진원지인 D 납품 업체의 옛 공장인 전주 공장을 (주)한화 관계자와 함께 방문했다.
사실상 재감사에 착수한 것.
이 자리에서 국과연 김진걸 감사실장은 "국방과학연구소 내 담당 사업 부서에서 과제 관리를 적절하게 했는지, 용역 수행하는 납품 업체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보고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납품'과 중국 위탁 생산 폭로, 그리고 방치된 국가 자산 등 공장에 남아있는 직물과 계약 자료 등을 통해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국과연의 과제 목표는 폭 100cm, 탄소함유율 99.5%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최종 보고 당시인 지난 2019년 이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려워 수입산 가장 납품 등의 부정행위가 납품 업체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지난 3월 국과연 감사실은 4년이 지난 2023년 3월 D 납품 업체 공장에서 보고용 탄소 섬유를 봤다고 결과를 발표했다.
D 납품 업체 대표는 보고 당시 납품 처리가 완료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국과연은 보고된 직물을 D 납품 업체 공장에서 최근 봤다며 이를 근거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혀 부실 감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새로 부임한 감사원 출신 국과연 김진걸 감사실장은 "당시 감사를 담당했던 실장은 교체됐다"며 "감사원 20년 경력을 바탕으로 원점에서 다시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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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연 감사실은 D 납품 업체의 연구 결과로 남았다는 '직물'과 계약 서류 등을 토대로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종 보고 시점에서 4년이 지난 직물을 조사하는 것은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고 시점인 지난 2019년 12월 폭(1M)과 흑연화율(99.5%)을 만족시킬 수 없어 수입산으로 성능 평가를 조작하고, 국과연에 허위 보고했다는 폭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D 납품 업체는 직물을 모두 납품했다는 설명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폭의 직물이 옛 전주 공장과 현 김제 공장에 다수 남아있었다.
국과연이 재조사를 위해 D 납품업체로부터 건네받은 연구 결과 직물이 중국산인지, 자체 개발 제품인지 그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다.
또한 국과연이 민간 업체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는 만큼 감사의 한계도 명확하다.
전문가들은 국방과학연구소가 민간 업체를 조사할 권한이 없으며, 실질적인 감사는 내부에 대해서만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납품 업체 내부에서 발생한 인건비 부정 사용과 시험 성적서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납품 업체의 '협조'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국과연 담당 조사관을 역임한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국과연은 상당히 폐쇄적이다, '방산 비리' 폭로가 터져도 업체를 감싸는 등 자체 조사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방산비리 사건의 경우 공익신고센터를 통해 경찰에 고발하거나 권익위에 부패신고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자체 내부 감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