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시 성과주의에만 올인? 전북 경찰, 방산 비리 수사 손 떼…

尹 지시 성과주의에만 올인? 전북 경찰, 방산 비리 수사 손 떼…

[국방 국산화 과제의 배신…메이드 인 벨라루스]
전북 경찰, 尹 지시 '국고보조금' 특별단속 혈안
가려진 방산 공익 제보…"종종 수사 지연되기도"
사업비 29억 원, "수입산 가장 납품했다" 내부 폭로
반복되는 성과주의 "'초동 수사' 정말 중요"

전북경찰청 전경. 전북경찰청 제공전북경찰청 전경. 전북경찰청 제공윤석열 대통령이 '혈세 누수'를 언급하며, 국고보조금에 대한 검증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면서 전국 경찰청의 주요 수사 부서가 '국고보조금 특별단속'에 혈안이다.
 
이런 가운데 내부 관계자의 광범위한 방산 비리 폭로가 터져 나왔지만, 경찰은 사안의 본질이 안고 있는 심각성은 제쳐둔 채, 국고보조금이냐 아니냐에 천착하면서 수사를 꺼리고 있어 지나친 '성과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고보조금 아니야"…흐려진 실무 직원의 공익 제보들

D 납품 업체 내부 직원들이 제기한 여러 폭로 중 전북 경찰은 '인건비 부정 사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내부고발자 A씨 등 2명을 만났다. A씨 등은 "거의 인건비 등 국고보조금과 관련해 (우리가) 경찰에 설명하는 시간이었다"며 "보조금 수사 자료인 인건비 외에 별다른 자료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전북경찰청 한 관계자는 "(국고보조금과 관련해) 인건비의 부정 사용이 있었는지 확인차 A씨 등을 만났다"며 "확인해 보니 국고보조금이 아닌, 출연금의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 단위의 수사는 어려운 상태고, 나머지 수사는 추후 이첩된 경찰서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A씨 등은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연구 용역을 의뢰받은 D 납품 업체가 '벨라루스산 가장 납품'과 '중국 기술 유출' 그리고 '성능 서류 조작' 등의 허위 연구를 비롯해 과제비 29억 원 중 보고된 15억 원의 '인건비'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문제를 폭로했다.
 
A씨 등은 D 납품 업체에서 2년간 근무한 이력이 확인됐으며, 자신에 대한 처벌도 감수하고 폭로에 나선 것이다.
 
실제 A씨 등은 수입산 가장 납품을 위한 박스를 직접 제작했고, 물품 출납증의 사진을 찍는 등 D 납품 업체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D 납품 업체는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사업비 29억 원을 받고 미사일 발사체 노즐 개발 등의 연구 용역을 수행했다.
 
전북경찰청은 지난 6월,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비리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검증을 강화할 것을 지시한 이후 조처다.
 
A씨 등은 2년 동안의 연구에서 문제가 된 부분을 종합해 폭로에 나선 것이지만, 경찰은 이 중 극히 일부인 인건비 허위 사용만을 들여다봤고 이마저도 국고보조금이 아닌, 출연금 성격이라며 아예 수사에 착수조차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타 업체로부터 받은 벨라루스산 탄소직물. CBS 단독 입수 사진타 업체로부터 받은 벨라루스산 탄소직물. CBS 단독 입수 사진

"초동수사 중요한데…" 전문가들 방산 수사 '우려'

A씨의 진정을 이첩받은 전북 전주덕진경찰서 담당 수사관은 "접수만 된 상태고 조사 계획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폭로 이전 진정을 접수하고, 해당 내용은 한달 전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로 이첩됐다.
 
전문가들은 "전문적인 내용 특히 방산과 같은 분야는 초동 수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딱 떨어지는 내용의 간편한 수사를 우선시하고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사안이 복잡할 경우, 수사 순위에서 밀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초동 수사를 통해 정확하고 신속하게 사건의 성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며 "방산 업체의 비리 등 핵심적 역할을 한 사람에 대한 증거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담당한 사람이 이 사건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또다시 시간이 걸리고, 내용에 따라 (전문성이 요구되면)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 내부 고발에 대한 부분은 더욱이 빠른 '초동 수사'가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특히나 우리 사회에서는 내부 고발자에 대한 용인이 쉽지 않다. 배신자, 또는 신뢰를 무너뜨린 사람으로 많이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럴수록 폭넓고 정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성과 등에) 초점을 맞춘 수사는 비난의 여지가 있다"라고도 강조했다.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들이 치구 및 연구 직물 일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대한 기자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들이 치구 및 연구 직물 일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대한 기자

반복되는 '성과주의 수사'…"전문성 필요해"

성과주의 수사는 경찰 조직의 오래된 폐해다. 과거 '범죄와의 전쟁' 선포 당시 각 파출소마다 할당량을 정해놓고 그것을 채우지 않으면 문책을 당했던 것이 일례다.
 
이에 따라 경찰은 범죄 사실이 없는 일반 국민을 '폭력배'로 만들어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던 과오도 있다.
 
익명의 한 경찰관은 "성과주의를 무작정 추종하다 보면, 결국 통계에 집착하고 사안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다"며 "경찰 활동이 실적이 전부가 되면 경찰관 개개인에게 국민은 단순한 실적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 역시 "연구개발 허위에 대한 부분은 사안 자체가 크다"면서 "그동안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처벌하고 구속 사유였다. 이건 명백한 사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이런 경우 운영 중인 공익신고센터 등의 신고 조치와 경찰의 전문성 있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경찰청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연락을 해 와 "방산비리 관련 기사 내용 중 예산 부정 사용은 일부이고 전반적으로 내용을 살필 것이다, 방산 비리 사건을 여러 번 해봐서 전북에서 벌어졌더라도 전북청이 아닌, 서울청 차원에서 수사를 진행해도 큰 무리가 없다"며 수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추천기사

스페셜 그룹

전북 많이본 뉴스

중앙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