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무기 개발 '성실 실패' 인정한다…박스갈이 사라지나

국산 무기 개발 '성실 실패' 인정한다…박스갈이 사라지나

[국방 국산화 과제의 배신…메이드 인 벨라루스]
국회 국방위원회, 방위사업법 일부 개정안 통과
성실 실패 인정시 불이익 없어…불법 예방 효과
전문가 "도덕적 해이 강력한 조치도 필요" 조언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기호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기호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산 무기 개발 과정에서 수입산 둔갑 등 '탈법적 성공'을 막기 위해 '성실 실패' 제도가 마련될 전망이다.

연구 실패를 감추기 위한 '짜 맞추기 보고' 문제가 완화할 수 있지만, 이를 악용하고 도덕적 해이로 인한 역기능도 있는 만큼 실효적이고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25일 제409회 국회(임시회) 제3차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위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방위사업법 일부 개정안은 이르면 9월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대통령 재가 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핵심은 방산업체의 '성실 실패'를 인정하고, 도전적인 연구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개발에 실패하거나 납기가 지연되더라도 성실하게 수행한 사실이 인정되면 향후 참여 제한이나 사업비 환수 등의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다.

현행 'K 국방'은 연구 개발 과제의 실패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방위사업 법령 자체에도 '실패'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방 연구 개발 활동상의 기밀이라는 취지인데 실상은 정부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결과를 내지 못하면 쏟아지는 비난 여론 때문이다.

국방 연구는 계획에 따라 무조건 성공해야 하는 비합리적 연구 구조로 연구 실패 대신 기준 미달, 부적합이라는 단어로 대체해 사용해 왔다. 연구 업체는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방 기관의 5개년 개발 목표하에 단계별 연구를 성공시켜야 하는 중압감이 컸다.

지난 2017년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 당시 현무-2 탄도미사일의 발사 모습.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합동참모본부 제공지난 2017년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 당시 현무-2 탄도미사일의 발사 모습.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합동참모본부 제공이러한 폐단은 미사일 발사체 추진기관의 내열재료 국산화 개발에서도 드러났다.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 ㈜한화가 계약을 통해 추진된 국산화 연구가 실패하자 벨라루스산 박스갈이를 통한 허위보고, 중국 위탁생산, 시험성적서 조작이 있었다는 협력업체 실무자의 폭로가 나왔다.

익명의 협력업체 관계자는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불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했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말을 꺼내지도 못하는 구조였다"면서 "연구를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 사업도 국과연과 진행할 수 없기에 일종의 '트릭'을 써서라도 연구를 진행시킨 것은 사실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무기 개발 분야에 '성실 실패'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악용할 여지도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동신대학교 류태웅 군사학과 교수는 "연구 업체나 기업에서는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며 "다만 '성실 실패' 부분을 악용하는 것에 대한 대응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위원은 "성실 연구라는 단어 자체가 잘못됐다"며 "연구는 실패라는 교훈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고, 국방에서는 무조건 성공시켜야하는 잘못된 관행이 만연했던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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