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한 기자"'트릭' 쓰지 맙시다."세상사 '트릭'은 만연하고 때론 그 '트릭'이 박수를 받기도 한다.
적절한 '트릭'으로 득점을 내는 축구 선수, 의도적으로 편향된 '서술 트릭'을 사용해 독자를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작가와 영화감독이 대표적이다.
다만 모든 분야에서 '트릭'이 박수갈채를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값싼 수입품을 조립해 국산으로 속인 기준 미달의 대북 확성기, 통제장치 재질을 알루미늄에서 스테인리스로 바꾸는 속임수로 총알이 발사되면 부서지는 신비한 총까지…
'트릭'이 금기시되는, 아니 절대 '트릭'이 있어서는 안 될 대표적인 분야가 있으니 바로 국방 연구다.
현행 국방 연구는 5개년 계획을 미리 잡아두고 단계별로 무조건 성공시켜야만 하는 잘못된 관행이 만연하다. 연구는 실패라는 교훈을 통해 성장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도저히 과제를 수행해 낼 수 없는 '미션임파서블'의 상황에서 업체는 '트릭'을 써서라도 과제 책임자 눈에 들어 다음 사업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하는 나름의 절박한 사정도 자리해 있다.
기자가 최근 살펴본 미사일 발사체 노즐개발 연구도 다르지 않았다. 이 연구의 목표는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도 성공적인 미사일 발사를 이뤄내는 국산 재료를 만드는 것이다.
'연구가 성공했습니다'를 말하기 위한 최소한의 스펙은 흑연화율 99.5% 이상과 폭 1m 등이다.
해당 연구 업체는 폭을 만족시키면, 흑연화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길이가 길어질 수록 성분 도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착오 과정일 터. 더 연구를 진행하면 될 일이지만, 이 업체는 납기 기한에 쫓겨 트릭을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자체 연구 결과물이 아닌 수입산을 보내 합격 점수표를 만들었고, 그대로 최종 보고했다. 소위 '윗분'들이 정해놓은 스펙을 만들기 위해 성적을 조작한 것이다.
결과에 대한 '트릭'이 있었다면, 과정에 대한 속임수도 있기 마련. 해당 업체는 국산화 연구임에도 까다로운 공정은 중국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이해할 수 없는 조치도 단행했다.
전북CBS 국방 국산화 과제의 배신 유튜브 캡처.이 연구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에게 혼이나지 않기 위해 일부 과목의 점수를 올려 성적표를 조작한 급우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이들이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는 변명의 기저에는 대부분 '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부모님을 향한 원망과 하소연이 있었다.
이 연구 역시 한 연구 업체의 '일탈' 정도로 치부하기엔 국방 연구 책임자들의 과오도 적지 않다.
앞서 국회 국방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통해 방위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핵심은 방산업체의 '성실 실패'를 인정하고, 도전적인 연구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개발에 실패하거나 납기가 지연되더라도 성실하게 수행한 사실이 인정되면 연구 업체에게 향후 참여 제한이나 사업비 환수 등의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말은 즉, 그동안 연구 업체들이 향후 참여 제한이나 사업비 환수와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 왔다는 이야기다.
익명의 협력업체 관계자는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불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후환이 두려워 말도 꺼내지도 못하는 구조였다"면서 "다음 사업도 국과연과 함께해야하기에 일종의 '트릭'을 써서라도 연구를 진행시킨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미션임파서블의 연구하에 숱한 조작과 허울뿐인 연구 성공만 남은 우리네 국방 연구에서 이제 이런 '불편한 진실'과는 이별을 고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우리 '트릭'은 더 이상 쓰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