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전경. 자료사진원광대학교가 '글로컬대학30'을 통해 과거 교직원 자녀 특혜 의혹으로 사라졌던 의대 전과제를 형태만 바꿔 재추진해 논란이 예상된다.
비(非) 의대생 입학생 중 약 42명을 '의‧치‧한‧약' 전공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계획으로 의대 증원으로 인해 확보된 정원을 노린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대 증원 이슈 노렸나…원광대, '非 의대생 전환' 추진
원광대는 정부가 혁신을 약속한 대학에 약 1천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 학교 20곳 중 한 곳으로 예비 지정됐다.
이런 가운데 원광대학교가 비 의과대학 입학생 중 약 42명을 '의‧치‧한‧약' 전공으로 치환시키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원광대는 글로컬대학 사업 전략체계 등의 내용이 담긴 혁신기획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으로부터 제출받은 혁신기획서를 바탕으로 '글로컬 대학30' 예비지정 대상자 20곳을 발표했고, 이 중 원광대도 포함됐다. 오는 7월까지 예비지정 대학들은 혁신기획서를 바탕으로 한 '실행기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원광대 혁신기획서 일부 캡처원광대는 혁신기획서를 통해 '프리-메드스쿨' 운영 계획을 밝혔다. 원광대 생명융합대학 입학 후 '프리-메드스쿨' 과정을 통해 비 의대생들이 의생명(의‧치‧한‧약)계열 중 선호 전공으로 최종 진입하는 것이 골자다.
프리-메드스쿨은 4단계로 운영된다. 생명융학대학 입학을 시작으로 생명과학몰입교육과 의료인프라연계융합교육 등 정해진 교육을 진행해 의‧치‧한‧약 등 선호 전공으로 최종 전공이 확정될 방침이다.
최근 의대 증원으로 원광대 의예과 150명을 포함한 의‧치‧한‧약 입학생은 총 421명으로 추산된다. 추진계획서에 따르면 이 중 10% 범위 이내에 프리-메드스쿨 즉 '비 의대생' 42.1명이 의‧치‧한‧약 전공생이 된다.
"아무도 몰랐다"…작전명 '프리-메드스쿨'
원광대학교는 과거 의과대학 전과제를 통해 생명학과 등 자연계열 학생들을 의대로 전과시킨 바 있다. 전과생 중 원광대 교직원 자녀가 대다수를 차지, 불공정 문제가 불거져 수년 만에 폐지되기도 했다.
이번 원광대 추진 내용 역시 의과대학 학생과 프리-메드스쿨 학생을 따로 선발해 최종적으로 하나의 의과대학을 형성하는 방침으로 입시 공정성 확보에 논란이 예상된다.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관계자는 "최근 증원 이슈로 자리를 뜬 학생들과 또 학교에 다니면서 다른 학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까지 의대 내 많은 결원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거와)이름만 바꾼 계획으로 또다시 공정하지 못한 시험을 통해 의대생을 선발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또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의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은 '글로컬대학30' 예비 지정 후 한 달이 지나서야 의대 모집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A씨는 "아무도 이 내용을 알고 있지 못했고 최근에서야 문제를 알게 됐다"며 "총장과 면담했지만,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광대는 과거 이와 유사한 의대 전과 제도를 운영하다 교수 및 교직원 자녀 특혜 의혹이 불거져 겨우 폐지된 학교인데 (의대 증원으로 인한)혼란기에 또다시 이런 제도를 부활시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교수들은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103명의 교수진 전원은 원광대 혁신기획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프리-메드스쿨 추진 배경 등 입장을 묻기 위해 박성태 원광대학교 총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다만, 원광대학교 관계자는 "예비 지정의 일환으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면서도 "가령 의예과 150명 중 10명에 대한 정원을 따로 선발하는 등 전과와는 다른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