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마드바드의 슈리 스와미나라얀 만디르 칼루푸르 힌두 사원. 위키미디어 커먼스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전북은 비수도권 연대 분산 올림픽과 함께 K-컬처를 통한 '문화 올림픽'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전북이 강조하는 전통 중심의 K-컬처와 세계가 인식하는 현대 대중문화 중심의 K-컬처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해 국제 경쟁에서 얼마나 소구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2030 월드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대표적 K-컬처인 아이돌과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실패한 부산의 사례는 전통이든 현대든 단순한 K-컬처 전략만으로는 국제 메가 이벤트 유치에 한계가 있음을 방증한다.
전북자치도는 '문화 올림픽'을 위해 한옥마을, 한식, 한복, 판소리, 서예 등 전통문화에 초점을 맞춘 K-컬처를 강조하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전북은 K-컬처의 본류"라며 이를 올림픽 유치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컬처는 주로 아이돌, 연예인, '오징어 게임' 같은 현대 대중문화에 집중되어 있어 전북의 전통문화와 연결성은 다소 약하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3 해외한류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는 K-POP(14.3%), 한식(13.2%), 한류스타(7.4%), 드라마(6.6%), IT제품·브랜드(5.6%) 순으로 나타났다. 태권도는 4.1%로 9번째에 그쳤다.
한식을 제외하고는 전북이 자랑하는 전통문화 요소들은 K-컬처의 전 세계적 인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 송승민 기자더욱이 김 지사가 언급한 'K-컬처 심화과정'이라는 개념도 그 방향과 의미가 모호하다. '무엇을 어떻게 심화시킬 것인지, 어떤 대상층을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불분명하다. 이는 효과적인 올림픽 유치 캠페인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전략의 모호함은 결국 정확한 공략법의 부재로 이어질 수 있어 실질적인 유치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같은 보고서는 또 K-컬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가들이 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에 집중되어 있으며, 브라질과 멕시코를 제외한 미주와 유럽 지역에서는 그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한 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K-컬처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지난해 2030 월드엑스포 유치 실패 사례와 유사점이 있다. 당시 부산은 K-컬처를 앞세워 아이돌과 연예인으로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데 주력했지만,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119표)에 크게 뒤처진 29표를 얻는 데 그쳤다.
특히, 전북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인도 아마다바드는 2017년 도시의 역사지구(5.357㎢)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16세기에 건설된 아마다바드의 역사지구는 59개의 중요 기념물과 다양한 전통 주거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힌두교와 이슬람 건축양식의 조화로운 융합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 최초의 세계문화유산 도시라는 상징성이 있다. 또 대규모 투자를 통한 인프라와 역사적 가치를 동시에 갖춘 도시로 올림픽 유치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아마다바드의 문화유산과 도시 경쟁력을 고려할 때, 전북이 단순한 K-컬처 마케팅만으로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전통의 K-컬처를 내세우기보다는 전 세계인이 전통문화를 더욱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이정덕 명예교수는 "전통문화나 K-컬처는 세계 사람들이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는 포장이 중요하다"며 "완전한 전통 그대로가 아니라 서양인들도 수용할 수 있도록 현대화된 포장을 통해 동양적 특색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블랙핑크가 한옥 모티브를 배경으로 공연해 유럽인들에게 호응을 얻었고, BTS도 국악적 요소를 차용해 성공했다"며 "건축물 디자인이나 국악의 선율 등을 현대화해 서양인들이 '재밌으면서도 동양적인 것'으로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아이돌 그룹은 그 자체로 힘이 세지만, 전북의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아이돌과 연예인은) 주변적인 요소로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계 관계자는 "전북이 갖고 있는 문화적 강점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치열하게 고민해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중국 청두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는 판다투어가 국제 대학 스포츠 연맹(FISU)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선수들이 경기 전후로 문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