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싸게, 안전은 뒷전" 실습생 사망에 한농대 재학생들 '한탄'

"임금은 싸게, 안전은 뒷전" 실습생 사망에 한농대 재학생들 '한탄'

한농대 재학생들 "실습 제도 문제 있어"
"같은 노동, 다른 임금" 열악한 현장
'노동'에서 '교육' 중심 실습으로 바꿔야

지난 19일 경남 합천군 율곡면의 돈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한국농수산대학 실습생 A(21)씨가 사망했다. 전북소방본부제공지난 19일 경남 합천군 율곡면의 돈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한국농수산대학 실습생 A(21)씨가 사망했다. 전북소방본부제공경남 합천군의 한 돈사에서 실습중이던 한국농수산대학교(한농대) 학생이 사망한 가운데, 재학생들은 사고 이면에 실습 제도의 폐해가 있음을 지적했다.
 

"시키는 대로 일하고, 돈은 덜 받아" 열악한 실습 현장

지난 19일 경남 합천군 율곡면의 돈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한국농수산대학(한농대) 실습생 A(21)씨가 사망했다.
 
A씨의 사망을 두고, 한농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사고의 이면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실습 제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대학교는 전문 농업 경영인 육성을 목표로 전북 전주에 설립된 국립 대학으로, 2학년은 '장기현장실습'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장기현장실습은 40학점짜리 과목으로, 2학년 전체 과정을 대체한다. 실습에 참여한 학생은 전국 200여 개의 실습장에 파견돼 약 8~10개월 동안 교육을 받는다.
 
2학년인 A씨는 지난 3월부터 사고가 난 돈사에서 실습중인 실습생이었다.
 
한농대 2학년에 재학하며 현재 실습 중이라고 밝힌 B씨는 "말이 실습생이지 싼값에 쓰는 노동력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의 이면엔 실습생의 안전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실습제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습생도 위험한 작업에 노출되는 것은 똑같다"며 "이번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실질적인 안전관리 강화,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 학생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사고 이후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엔 "하루 10시간 이상 부려먹고 달에 100만 원으로 퉁친다. 외국인 노동자보다 못한 수준이다"란 취지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지난 19일 경남 돈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한국농수산대학 실습생 A(21)씨가 사망한 가운데, 한농대 총학생회는 성명을 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농수산대학 총학생회 SNS 캡처지난 19일 경남 돈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한국농수산대학 실습생 A(21)씨가 사망한 가운데, 한농대 총학생회는 성명을 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농수산대학 총학생회 SNS 캡처
 

'노동'에서 '교육' 중심 실습으로 전환해야 

한농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실습생들은 농장 옆 컨테이너나 사육실 등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실습 기간을 보낸다.
 
한농대를 졸업한 C씨는 "임금은 한 달에 70~100만 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못한 수준이다. 적게는 30만 원을 받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는 일을 같은데, 배우러 온 것이니 적게 받아도 된다는 인식이 학교와 농장주, 심지어 실습생들에게도 깔려있다"고 말했다.
 
실습생들은 현장에서 '현장교수'의 지도를 받는다. 교수라는 직함이 있지만, 농장주이거나 사업주다. 현장교수는 실습생들을 평가하고 학점을 준다.
 
C씨는 "현장교수의 평가가 졸업에 영향을 미친다"며 "조금이라도 눈밖에 벗어나면 낮은 평가를 받기에 현장교수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B씨는 "한농대 실습생들은 대부분 졸업 이후 창업이나 가업을 잇기 위해 배우는 학생이다. 그런데 현장에선 배우는 것 없이 일만 하고 온다"며 "실효성 있는 실습을 위해선 노동에서 교육 중심 실습으로 바꿔야 한다"며 학교측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A씨도 열악한 환경에서 배우고 있었을 거다. 이제는 절대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수산대학 측은 "이번 사고와 실습 제도에 대해 논의 중이고 곧 학교 차원의 답변을 드리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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