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2터널 출입구. 대형 트럭이 진입하고 있지만, 어두운 조명 탓에 잘 보이지 않는다. 김대한 기자"전방 주시해도 겁이 나요." 순천-완주고속도로 상관 용암 터널 구간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어지는 대형 사고에도 현장에선 여전히 일부 조명이 점등되지 않는가 하면, 다수의 대형 화물차와 일반 차량이 교통 법규를 위반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터널 운전 어려워요"…듬성듬성 점등 안 된 조명들
순천-완주고속도로 용암 터널(1~4구간)을 찾은 것은 2일.
흐린 날씨 속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화물차와 일반 차들이 쏜살같이 해당 터널 구간을 통과하고 있었다.
SUV 차량과 승용차들이 터널 안에서 화물차를 추월하기 위해 터널 차선을 변경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전북 완주 상관 IC에서 임실 IC까지 17km구간에는 터널이 무려 8개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4개의 터널이 짧은 구간 구간 연이어 이어지고 용암 터널 구간(5.2km)은 추월할 수 있는 노선이 확보되지 않다보니 금지된 터널 속 차로변경이 다반사이고 그 만큼 위험 요인이 상존하는 곳이다.
6개월 간 해당 터널을 지나 출퇴근했던 A(28)씨는 "해당 터널에 들어오면 전방 주시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신경을 쓴다고 해도 (터널 내부가)굉장히 어두워 순식간에 앞지르는 차들을 보면 겁이 난다"고 말했다.
실제 500m 가량의 용암2터널 구간을 살펴봤다. 출입 지점부터 달리는 대형 트럭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조명이 부실해 차량들이 위험을 안고 터널에 진입하는 셈이다.
용암2터널 안 점등되지 않은 일부 조명 모습. 김대한 기자터널 상단 벽면에 조명이 설치돼 있었지만 듬성듬성 점등되지 않는 조명들이 있어 터널 조명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용암터널 인근 국도 구간 고덕터널 등 터널 조명시설을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로 전격 교체한 터널들의 모습과는 확연히 대비됐다.
용암터널은 주황색을 띠는 나트륨 램프가 주로 설치된 반면, 최근 조명 교체 공사를 진행한 다른 터널들은 주로 발광다이오드 램프를 사용했다.
주황색 램프는 수명이 길고 전력 소모도 적어 경제적이지만, 운전 시 집중력을 떨어트리고 고장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조명 역시 기계다 보니 고장이 종종 발생한다"며 "조명 등 용암 터널과 관련한 민원이 잦아 조명 교체 및 시설물을 점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해당 터널 구간의 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순천-완주고속도로 상행선 용암4터널에서 곡물 운반용 트레일러와 수학여행을 위해 이동하던 관광버스 등 차량 4대가 잇따라 추돌했다.
지난달 4일에는 순천-완주고속도로 용암3터널 인근에서 승용차 8대가 부딪혔다. 지난 4월 13일은 용암4터널 인근에서 버스와 승용차 등 차량 5대가 연달아 충돌했다.
지난달 19일 오전 10시쯤 전북 완주군 순천완주고속도로 용암4터널에서 곡물 운반용 트레일러와 수학여행 관광버스 등 차량 4대가 잇따라 추돌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위반 차량 많은데…터널 교통 단속 사실상 無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12월에 실시한 '국민생각함' 의견수렴 결과에서 응답자의 69%(2천 665명)가 터널 운전 시 어려움을 겪었다고 조사했다.
권익위는 터널과 진·출입 구간에 밝기가 부족한 조명과 벽면의 오염이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한다고 밝혔다. 또 사고 개연성이 높음에도 이를 대비한 시설과 터널 내 구간단속 역시 부족한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 불을 밝히고 있지 않는 조명들과 함께 추월 차량들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어두운 공간에서 화물차를 앞지르기 위해 속도를 높이는 차들로 인해 대형 사고가 우려됐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실선이 그려진 터널에서 차선을 변경할 시 범칙금 3만 원과 벌점 10점 또는 과태료 5만 원이 부과된다. 차선 변경이 가능한 점선 터널이라도 터널에서 추월 시 범칙금과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선 사업이 완료된 제1순환고속도로 덕릉터널 조명 모습. 남양주시 제공하지만 용암터널의 경우 이를 단속할 구간 단속 장비가 없는 실정이다.
담당인 경찰의 고속도로 순찰대 제9지구대가 육안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넓은 담당 구역과 인력 문제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터널 내 폐쇄회로(CC)TV가 있지만, 이는 단속과는 무관하다"며 "경력을 투입해 육안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터널 내 법규 위반 차량을 단속하기 위한 장비들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순천-완주고속도로의 경우 터널이 많고 어두워 진출입 시 또 터널 내에서 운전자들이 시야를 확보하기가 어렵고, 또 터널 내 차로 변경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차량도 많아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