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에서 개 수백 마리를 전기충격으로 도살(전살)하고 냉동 보관한 A(60대)씨가 입건돼 조사를 받는 가운데 현행법상 개 도살과 판매 및 유통을 규제할 규정이 애매하거나 없어 A씨에 대한 처벌과 추가 도살을 막을 수 있는지 여부가 주목된다.
앞서 군산서 전기 충격으로 개를 도살하고 냉동 창고에 보관한 농장주 A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4월 자신의 농장에서 전기 충격으로 120여 마리의 개를 도축하고 냉동창고에 보관한 혐의를 받는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발견한 개 사체가 담긴 냉동고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독자 제공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A씨가 개를 도살한 농장의 토지주 B씨는 서울에 거주하던 중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고향집에 방문해 아버지가 기거했던 농장에 들렀다.
닭과 오리가 몇 마리 있을 거라 생각했던 농장 바닥엔 혈흔이 낭자했고, 전기충격기와 개 사체가 담긴 냉동고, 개털이 수북이 쌓인 상자 등 도살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또 개 도축 수와 중량, 납품업체 주소로 추정되는 메모도 다수 있었다.
충격을 받은 B씨는 A씨를 경찰에 신고하고 군산시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행정기관에 A씨에 대한 처벌과 개 사체를 폐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불가'하다는 내용이었다.
현행법상 개 사체의 유통이나 판매를 명확히 금지하는 법령이 없기 때문이다. 축산법 제2조와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2조 1호는 '가축'을 '사육하는 소와 말, 돼지와 닭 등 동물로 규정하고 먹기 위해 가공한 가축은 '식용 목적의 축산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개와 개 사체는 축산법상 가축이나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식용 목적의 축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판매와 유통 과정에서 관리 감독을 받지 않는다.
농장을 방문한 B씨가 발견한 개털이 수북이 쌓여있는 상자. B씨는 상자와 주위의 장비들을 보고 농장이 개 도살장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파악했다. 독자 제공 B씨는 임의로 사체를 폐기할 수도 없었다. 폐기물 관리법 제2조 1호에 따르면 '폐기물'이란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 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이다. 군산시 자원순환과는 피신고자가 개 사체를 '판매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었기에 폐기물 관리법상 폐기물에 속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와 같은 이유로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 이후 B씨에게 "개 사체와 냉동고를 A씨에게 돌려줘라"며 B씨에게 "사체와 냉동고는 A씨의 소유니 돌려주지 않으면 법정 분쟁에 휘말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A씨의 처벌과 개 사체 폐기 등을 위해 군산시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행정기관에 제기한 민원 내용 중 일부. 독자 제공행정 처분이 불가한 상황에서 남은 것은 경찰이 동물보호법 위반(동물 학대) 혐의뿐이지만, 현 상황에선 A씨를 처벌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현행법상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거나 증식하는 행위, 개를 도살해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위와 같은 행위를 금지하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은 2027년 2월 7일부터 시행된다. 따라서 해당 법을 근거로 B씨를 처벌할 순 없다.
다만 A씨에게 적용된 동물보호법 등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나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게 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A씨가 활용한 전기 충격은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이고, '먹기 위해' 개를 도살하는 것은 동물보호법이 명시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과거 화성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에서 검찰이 전기 충격으로 개를 도살한 업자를 불기소한 전례가 있기에 동물보호법을 적용해도 A씨에 대한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 경기도 화성에서 적발된 개 도살업자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사유서 중 일부. 당시 검찰은 "전기충격은 가했으나, 고통이 없게끔 했다"는 피의자의 진술을 받아들여 해당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당시 검찰은 "개의 머리에 전기봉을 대 감전시킨 후, 개가 기절을 한 이후에 도살했다"는 도살업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잔인한 방법으로 개를 죽인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군산 사건은 도살 현장을 적발한 것도 아니고 단지 냉동고의 사체를 발견해 알려진 사건이기 때문에 A씨의 진술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A씨가 진술을 바꾼다면 혐의 입증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사건은 냉동고의 사체를 부검해야 정확한 도살법 등을 알아낼 수 있는데, 보관된지 오래된 사체라 부검이 어려울 것이다"라며 "경찰이 A씨를 검찰에 송치한다고 해도 화성 도살업자의 건처럼 불기소하거나 무혐의 처분이 날 가능성이 높다"며 현행법의 맹점을 지목했다.
한편, 해당 사건을 마무리한 경찰은 조만간 A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사건에 관해 도살업자 A씨의 입장을 청취하고자 재차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