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김 양식, 뭍에 오르다

흔들리는 김 양식, 뭍에 오르다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김 양식, 뭍에서 답을 찾다②]
정부·기업·지자체 뛰어든 육상 김 양식
기후위기 대응 새 생산모델 부상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뜨거워진 바다는 어획량을 줄이고 양식장을 위협하며, 지역 수산업의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 특히 전북의 대표 수산업 가운데 하나인 김 양식은 수온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3회에 걸쳐 기후변화가 김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육상 김 양식의 가능성, 그리고 RE100 기반 저탄소 산업 전환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①바다가 뜨거워진다… 전북 김양식의 위기
②흔들리는 김 양식, 뭍에 오르다
(계속)

2026년 적조·고수온 재난대비훈련. 연합뉴스2026년 적조·고수온 재난대비훈련. 연합뉴스기후변화로 해상 김 양식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육상 김 양식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다의 수온과 해황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실내에서 생육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육상 양식은, 기후위기 시대 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새로운 생산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김은 한국 수산업의 대표 수출 품목이다. 최근 K-푸드 열풍과 함께 수출액이 1조 원을 넘어서며 '바다의 금'으로 불린다. 하지만 산업의 성장세 이면에서는 기후위기라는 구조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남 신안·진도·완도·고흥은 물론 전북 군산과 고창 등 서해안 양식장까지 고수온 영향권에 들면서 채묘 시기 지연과 생산 기간 단축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의 온난화 추세가 이어진다면 김 산업의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육상 김 양식은 단순한 보완재가 아니라 미래형 산업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육상 김 양식은 실내 수조에 해양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김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수온과 빛, 영양염류, 수질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자연환경 변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연중 생산과 품질 균일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상 양식이 기후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는 구조라면, 육상 양식은 생산을 통제 가능한 체계로 바꾸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정부도 본격적인 산업 전환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 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5년간 35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사업은 연중 생산이 가능한 김 종자 개발과 육상양식 시스템 및 품질관리 기술 개발 등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전북·전남·충남 3개 지자체와 12개 대학·연구소, 11개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컨소시엄 형태라는 점에서 단순 연구를 넘어 산업화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민간기업들의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6월 9일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국내 최초의 김 육상양식 R&D센터를 착공했다. 이 시설은 양식시설과 해수 인·배수 및 전처리시설, 연구·지원시설을 갖춘 테스트베드로 조성된다.

풀무원 새만금 R&D센터 조감도. 풀무원 제공풀무원 새만금 R&D센터 조감도. 풀무원 제공특히 양식 수조 기반의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을 통해 온도와 빛, 영양분 등 생육환경을 정밀 제어함으로써 김을 연중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실증하는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이우봉 풀무원 총괄CEO는 "해수부의 국책 과제인 김 육상양식 사업자 선정은 그동안 풀무원이 축적한 푸드테크 역량과 미래 식품산업을 향한 실행력 있는 선제적 투자의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푸드테크 혁신을 통한 신사업 발굴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식품산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식품기업 '대상' 역시 전남 고흥군 및 현지 수산업체와 손잡고 육상 김 양식 사업화에 나섰다. 대상의 경우 1차 시범 양식을 통해 김 원초를 40~50㎝ 크기로 키우는 데 성공했고, 현재는 2차 시범 양식을 위한 시설을 조성 중이다. 
 
이밖에 CJ제일제당이 자체적으로 육상 김양식에 나서는 등 기업들이 종자 개발부터 대량 생산, 품질관리,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투자를 확대하면서 육상 김 양식은 더 이상 실험실 단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지자체 가운데 육상 김 양식 분야에서 전북특별자치도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수산기술연구소는 전국 최초로 육상 김 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종자 대량 배양과 스마트 배양 기술 등 육상 김양식 생산의 전주기 기술을 확보했다. 
 
정부 공모사업의 주관 지자체로도 선정된 것도 이같은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전북은 연중 생산 기술과 관련 특허 등록도 마친 상태다. 실증 연구에서는 성장률 향상과 생산 기간 단축 성과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수산기술연구소 수산물안전센터 김양식 시험. 전북수산기술연구소 제공전북도수산기술연구소 수산물안전센터 김양식 시험. 전북수산기술연구소 제공전북연구원은 육상 김 양식을 단순한 생산기술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환의 기회로 보고 있다.
 
전북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표준화된 육상 생산체계를 구축할 경우 국내를 넘어 국제 경쟁력을 갖춘 'K-김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실증단지 조성과 창업캠퍼스 운영, 민간투자 유치, 기존 바다양식 어업인과의 공존 전략, 청년과 귀어인 육성까지 함께 추진해야 산업 생태계가 완성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나정호 전북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 육상양식은 단순한 생산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산업 구조 전환과 수산정책 혁신이란 이중 과제를 안고 있는 전략 분야"라고 강조하고 "K-김 육상양식 표준모델을 조기에 정립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킨다면 전북은 김 육상양식 시대를 이끄는 대한민국 수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육상 김 양식은 기후변화로 흔들리는 전통 양식업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대안이자, 미래형 첨단 수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공격적 전략이다. 문제는 이제 기술의 가능성을 넘어, 이 산업을 어떤 에너지 체계 위에서 지속 가능하게 키워낼 것인가에 있다. 육상 김 양식의 미래는 곧 탄소와 전력의 문제로 이어진다.육상 김 양식 설명. 김용완 객원기자육상 김 양식 설명. 김용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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