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까지 뻗친 비리 폭로…한화 "감사 성실히 받겠다"

미사일까지 뻗친 비리 폭로…한화 "감사 성실히 받겠다"

[국방 국산화 과제의 배신…메이드 인 벨라루스]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한화 제공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한화 제공㈜한화는 14일 미사일 발사체의 국산화 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방산비리' 폭로와 관련해 국방과학연구소의 재감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밝혔다.

국내 '방산업계 1위' ㈜한화는 "CBS보도 이후에 국과연에서 재감사에 들어갔다"며 "감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짧은 입장을 전했다.

앞서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과학연구소(소장 박종승)는 지난 2017년부터 4년간 미사일 발사체 추진기관의 내열재료에 사용되는 '리오셀 탄소섬유 직물' 개발에 나섰다. 본 사업 계약업체인 한화와 협력업체인 전북 전주시 팔복동 D업체가 과제를 맡았다.

전량 수입에 의존한 벨라루스 직물을 대체할 국산화 개발이 목표였다. 2019년 보고 시점 과제 목표 값이 나오지 않자 벨라루스 직물을 들여와 박스갈이와 시험성적서를 직접 조작했다는 폭로가 D업체 내부에서 나왔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2019년 12월 물품보관증을 입수했다. 물품보관증은 D업체가 연구 과제에 성공했고 보고 기간에 맞춰 납품을 완료했다는 걸 의미한다.

인계업체 한화, 보관업체 D업체 대표, 사업부서 확인에 국방과학연구소 담당자 이름과 직인이 찍혀 있다. 다시 말해 D업체가 개발했다는 탄소 직물을 한화가 인계했다는 걸 삼자가 확인한 문서다.

D업체에서 근무했던 실무자들은 "이는 연구 목표인 폭 1m, 탄소함유율 99.5% 수준인 리오셀 탄소 직물을 20롤 총 427.4kg가량을 2019년 말 보고시점에 맞춰 정상적으로 납품했다는 의미"라면서 "하지만 보고 당시에 벨라루스산 직물을 들여와 직접 박스갈이와 허위를 보고했다. 보고 뒤 벨라루스 직물을 다시 돌려보냈고 실제로 납품된 직물이 없었다. 2020년 이후 겨우 폭 55cm 정도의 직물을 뽑아내 연소 실험을 위해 보낸 적은 있다"고 폭로했다.

리오셀계 탄소섬유 기반 노즐기술 관련 2019년 12월 물품보관증과 제품보관증. CBS노컷뉴스 단독 입수자료.리오셀계 탄소섬유 기반 노즐기술 관련 2019년 12월 물품보관증과 제품보관증. CBS노컷뉴스 단독 입수자료.본 사업 계약업체인 한화는 29억 원의 과제비를 협력업체인 D업체에 전달하고 이후 지출 자료를 만들어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D업체에서 근무한 실무자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2020년 6월 말 인건비와 재료비 등 지출 자료를 만들어 보고하라는 한화의 요청이 있었다"면서 "예산 29억 원 중 한화가 요청한 금액에 맞춰 15억 원을 인건비로 지출한 것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과연 과제비로는 실무자에게 인건비가 정기적으로 지급된 적이 없다"면서 "인건비가 15억 원이라고 되어 있지만 명목에 맞게 거의 지급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D업체가 한화에 보고한 지출 내역에는 전북대 교수이자 D업체 대표인 J교수 외 14명의 인건비 명목으로 15억 1395만 6159원이 사용된 것으로 적혀 있다.

더욱이 한화가 "감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과연의 '셀프 감사'만으로는 책임자 문책과 처벌까지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앞서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3월 내부 실무자의 공익 신고로 감사를 실시했다. 2019년 당시 D업체의 허위 보고 및 납품, 중국 위탁생산, 시험성적서 조작, 연구비 부정사용, 치구 방치 등 증거 사진과 문건 64페이지 분량이 첨부됐다.

그런데도 국과연은 보고와 납품 처리된 직물을 D업체 공장에서 최근 봤다며 이를 근거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혀 부실 감사라는 논란을 낳았다. 이후 CBS노컷뉴스와 동행 취재에서도 업체 대표를 감싸고 두둔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특히 재감사에 착수한 뒤에도 여전히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이용식 대외협력실장은 "D업체와 경쟁사는 향후 큰 사업을 놓고 사활을 걸고 있다. 당연히 D업체의 치명상은 다음 사업에서 (경쟁사가)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복수의 공익제보자를 문제삼고, D업체를 걱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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